[앵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늘(19일) 중간 수사결과를 밝혔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실소유주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를 많이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오늘 여당 발제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내용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혹시 '평창 특사'라고 들어보셨나요? 광복절 특사는 들어봤어도, 평창 특사는 생소하시다고요? 딱 한 번 있었습니다. 2009년 주인공은 이건희 회장이었습니다.
[이귀남/당시 법무부 장관 (2009년 12월 29일) :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대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금년 12월 31일 자로 실시합니다. 현재 정지 중인 IOC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범국민적 염원인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평창 특사'를 놓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삼성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심복, 삼성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 부회장발 '폭탄 진술'이 이 전 대통령을 덮친 겁니다.
[이학수/전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15일)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먼저 요구했습니까?) 검찰에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습니다.]
설 연휴 첫날, 검찰에 출석한 이 전 부회장, 기자들에게는 묵묵부답이었지만 검찰에는 답을 줬습니다. 2009년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 14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미국에서 벌인 소송, 그 소송비 370만 달러 우리 돈 45억 원이죠. 이 돈을 삼성이 내줬다고 말입니다. 연말 평창 특사가 이뤄진 바로 그 해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진술에 대해서 이 전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다스 소송 비용 대납을 요청했고, 이 내용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는 고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인에 대한 첫 단독 사면, 형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의 이례적인 사면. 정말 평창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당시 사면을 심사했던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아주 꺼림칙했던 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권영건/재외동포재판 이사장 (음성대역) : 이게 일반 정서가 그렇게 쉽게 용납이 안되거든요…좀 아쉽고 개운하지는 않지만 찬성하겠습니다.]
[주철현/당시 법무부 범죄예방국장 (음성대역) : 법원에서 많이 봐준 것 같은데, 법무부에서 또 봐주는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찬성하겠습니다.]
[오영근/한양대 법대 교수 (음성대역) :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권한이 있는 분이 부담을 안고 간다 하니… 하여튼 저는 정치적으로 신중 검토 의견으로 하겠습니다.]
이런 얘기들이 오갔지만 결국 9명 전원일치 찬성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자리에는 없었지만 이건희 회장 사면에 진짜 승부를 건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고요, 이 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이건희 사면의 승부수'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습니다. "전 법무부 등 관계부처에서 유사한 사면 사례와 해외 사례를 찾아보도록 지시했다" 하면서 "이 회장 한 사람만 단독으로 사면, 복권한다면 그 목적도 명확하고 이 회장도 유치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쯤되면 이 전 대통령이 왜 이토록 그 때도 지금도 왜 이렇게 평창을 외쳤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2011년 7월 7일 / 화면출처 : PresidentMBLee) :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 지성이 모여가지고 이긴 거예요.]
[이명박/전 대통령 (2012년 2월 22일) : 지난 4년을 회고해보면 우리가 동계올림픽,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그런 기쁨도 있었습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2011년 2월 15일 / 화면출처 : PresidentMBLee) :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모두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의혹에 대해 덮어놓고 "사실이 아니다. 관여한 바 없다" 이런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검찰의 압박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 수사팀을 꾸려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지 2달 만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120억 비자금은 경리직원의 개인 횡령이 맞다. 그건 두고, 다른 비자금을 밝혀내겠다"입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 소환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응하면, 역대 5번째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집니다. 그간 대통령들에게는 검찰의 소환통보는 짧게는 이틀 전, 길게는 일주일 전에 했다고 하는데요. '전직 대통령 검찰 출석'이라는 비극적인 뉴스를 또 듣게 될지 긴장되는 날들입니다.
오늘 기사 제목은 < 사면초가 MB, 검찰 소환 임박 > 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