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도착하는 '느린 우체통'이 있습니다. 1년 뒤에 대한 희망들이 이 우체통에 담겼습니다.
최수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공원 한 쪽에 빨간 우체통이 있습니다. 오늘 쓰면 1년 뒤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입니다.
16살 채영이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자신의 이름을 조금만 더 기억해달라는 마음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홍채영/16살 : 할머니가 저를 기억 못하셔서… (편지 받으시면) 제 이름 '채영아' 하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1년 뒤에도 자신을 지켜줄 고마운 가족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은숙/연남동 : 남편한테, 요새 사업이 잘 안되잖아요. 힘내라고 썼어요.]
선생님과 함께 단체로 우체통을 찾은 학생들은 장난치고 웃다가도 편지를 쓰자 이내 진지해집니다.
선생님은 기다림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함형동/동도중학교 선생님 : 아날로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편지를 쓰거나 글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손 편지를 써 본 게 난생 처음인 형제도, 손자를 끔찍이 아끼는 할아버지도 모두 행복한 1년 후를 기대했습니다.
[김희준/9살 : (손 편지) 한 적이 없어요. 핸드폰으로 카톡하죠]
[조길수/71세 : 잘 뛰어놀고 건강하면 되지.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조금만 늦어도 조바심을 내는 세상 속에서 느린 손 편지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