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 주요 정상들도 새해 메시지를 내놨죠. 힘에 기반한 자신감이 응축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내일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지지자뿐 아니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년 그 이후를 바라본다며, 장기 집권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나 같이 강한 말들이죠. 하지만 더 큰 울림을 준 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년 카드입니다.
박상욱 기자입니다.
[기자]
입술을 깨문 채 굳은 표정을 한 소년입니다.
1945년, 피폭된 일본 나가사키에서 숨을 거둔 동생을 업고 화장터에서 장례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사진을 골라 2018년 신년카드의 인쇄를 지시했습니다.
카드는 "이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 나는 입술을 깨무는 표정에서만 드러날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카드 뒷면엔 '전쟁의 결과'라는 메시지와 함께 교황의 서명이 담겨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교황이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닌 신년카드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드에 성화가 아닌, 근현대 사진이 사용된 것도 드문 일입니다.
미국 CNN의 바티칸 해설자 존 앨런은 "교황이 카드의 이미지를 직접 선택한 것은 처음인 만큼 카드에 담긴 메시지는 현재의 위기 상황과 매우 관련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황은 지난 성탄절 한반도 상황을 언급하며 신뢰 증진을 촉구했습니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간 긴장고조가 자칫 불러올 수 있는 전쟁에 대한 참화를 우려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사진촬영 : 미 해병대 사진사 조 오더널 (1945))
(영상디자인 : 김준수·최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