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산안을 둘러싼 정쟁과 그로 인한 늑장처리 만큼이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바로 지역구 예산이 막판에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졸속·밀실 심사의 풍경입니다. 그래서 저희 언론들은 매번 이 부분을 비판하긴 하지만, 이게 약간 딜레마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도를 해드리면 해당 의원들은, 즉 쪽지 예산이든 카톡 예산이든 이것을 통과시킨 의원들은 오히려 자신의 지역구에 가서 "내가 이렇게 많이 챙겨왔다" "나의 영향력이 이 정도다" 이렇게 홍보에 보도를 이용하기도 해서 사실 언론 입장에선 좀 곤혹스러운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5일)도 망설여지는 측면이 사실 없지않지만, 그릇된 예산 처리 관행이라는 점에서 밤사이 예산안 확정의 막후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제 여야 합의 이후 429조 원 규모의 예산안이 최종 윤곽을 드러낸 건 오늘 오전이었습니다.
예산결산특위 소소위원회라는 곳에서 13시간 동안 예산안을 만진 건데, 여기에 참여한 의원은 세 명뿐입니다.
소소위에는 원내교섭단체의 예결위 간사만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수에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물밑로비는 올해도 치열했습니다.
실제로 어젯밤 사이에 국민의당의 중진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 목표와 보성을 잇는 남해안철도 사업비는 원안보다 증액됐고, 박 의원은 자기당 간사를 칭찬했습니다.
같은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지역구 예산을 증액해내라고 마지막까지 기획재정부 국장을 압박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예결위 관계자는 "일부 간사의 경우 지역구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버티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재부 직원들은 소소위 회의장 바깥에서 밤새 대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밀실-졸속 심사 관행을 감시할 길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소소위는 회의 자체가 비공개일 뿐 아니라 회의록도 남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