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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관리 안되고 보행 막고…흉물된 '의무조형물'

입력 2017-11-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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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건물 앞에 있는 조형물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들은 의무적으로만 설치하다 보니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거나 보행에 방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들이 좁은 인도를 비집고 걸어갑니다. 건물 입구에 놓인 거대한 조형물 때문입니다.

인도 중앙에 있는 한 조형물입니다. 받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솟아있어서 보행에 상당히 불편을 주는데요. 하나뿐만이 아니라 상당히 여러 개의 조각이 있기 때문에 걸려넘어지기 쉽습니다.

바닥에 한 뼘씩 튀어 나온 구조물부터 끝이 뾰족한 조각은 보행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시민 : 쓸데없는 것들이 너무 많고요. 차라리 넓게 아이들 다닐 수 있게 하는 게 나은데…]

연면적 1만제곱미터가 넘는 건물은 최소 건축비의 0.7% 이상의 미술장식품을 설치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예술가들을 지원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들이 이를 단순히 세금으로만 여기면서 주변 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고려 없이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물 앞에 산을 형상화 한듯한 물결무늬 조형물은 비슷한 작품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부 조형물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모양과 소재, 배열이 모두 유사합니다.

한 작가가 비슷한 작품을 여러 곳에 설치한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윤승리/인천 송도동 : 작품활동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준다든지 그런 취지면 모를까. 그렇게 찍어내듯이 한다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일부 시민들은 관심을 나타내지만,

[시민 : (조형물 보고) '뭐 같다. 뭐 같다.’이러면 재미있잖아요. 지나다니면서 기분에 따라 다르겠죠. 상상하는 게.]

대부분은 조형물에 대한 존재조차 알지 못합니다.

[김해인/인천 용현동 : 10년 넘게 살았는데, 저 조형물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일부 조형물들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미관을 해칩니다.

조형물 앞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앞에 테이블과 철제 기둥같은 것들이 있고 또 쓰레기도 있어서 밖에서 봤을 때 잘 보이지 않는데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조형물 바로 앞에 현수막이 두 개나 걸려있어서 사방에서 조형물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차된 차들과 쓰레기에 가려진 조형물도 눈에 띄고 쓰레기 거치대 역할을 하고 있는 조각도 있습니다.

[안창모/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 좋은 것들도 가끔 있죠. 그건 진짜 가끔 있는 거고 전체적으로는 수준이 떨어지고. 도시에 과연 도움이 될까. 기존에 도시를 망치는 조형물을 없애는 것도…]

건물 밖에 조형물이 방치가 되어 있다는 사진을 보고 찾아왔는데 건물 바깥에는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요. 다니다 보니 건물 구석에 자리를 옮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닥에는 바깥에 있던 조형물을 그대로 파내온 흔적이 역력합니다.

[관계자 : 민원 들어와서 옮기게 된 거죠.]

일부 국가에서는 조형물 난립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기금을 받아 직접 미술품을 설치합니다.

우리도 2011년부터 선택적 기금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기금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흥국생명 빌딩의 '망치질 하는 사람'입니다.

노동의 가치를 표현해 사람들의 공감은 물론 건물의 이미지까지 높인 사례로 꼽힙니다.

작품의 질이나 주변환경과의 조화는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들어선 조형물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좋은 공공미술은 도시환경을 살릴뿐 아니라 건물의 가치도 높인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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