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남 창원의 '주남 저수지'는 겨울 철새이자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또, 노랑부리 저어새들이 해마다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수지 면적의 반 이상이 연잎으로 뒤덮이면서 새들이 내려앉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상남도 창원의 주남저수지입니다. 제 키보다 큰 이것들은 연(蓮)인데요. 7, 8월에 꽃이 피고, 지금은 많이 시들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저수지에 연 군락이 너무 넓게 퍼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새 관찰용 망원경으로 한참을 들여다보지만 주인공인 철새는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철새들에 대한 사진 안내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최명윤/경남 창원시 팔용동 : 새가 없어요. 지금 많이 있을 때거든요.]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를 매년 찍으러 오던 사진동호회원들은 렌즈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류상우/사진동호회원 : 600마리씩 왔는데, 지금은 많이 안 보여요. 하루 이상 기다려도 못 찍을 거 같은데…]
주남저수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입니다.
비교적 따뜻하고 주변 논밭과 과수원에서 먹거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만 마리 넘는 철새들이 찾아와 활동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연잎이 저수지를 뒤덮으면서 새들이 쉴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겁니다.
2009년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연 군락은 2015년 저수지 면적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더니 올해는 60%를 넘겼습니다.
인접한 산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의 연 군락 면적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속도면 몇 년 안에 세 저수지 모두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 넘게
연 군락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 연을 제거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줄기가 땅속에 깊이 박혀 있는데요.
이렇게 뽑으면 길이가 2m가 넘는 것들도 있고요.
한번 꽃을 피울 때마다 이렇게 끝 쪽에 씨앗을 뿌리는데, 한 번에 많은 씨앗을 뿌릴 정도로 번식력도 굉장히 강합니다.
저수지를 관리하는 창원시도 연 군락 때문에 이착륙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철새들을 위해 수년째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시장까지 나서 '연꽃 이상증식'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김태좌/창원시청 주남저수지 담당 : 농업용수, 홍수조절 기능이 있지만 최근에는 철새 도래지와 생태관광도…생물 다양성, 수생 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고…]
하지만 확산이 계속되자 환경단체들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저수지 수위를 높여 연꽃을 물에 잠기게 하고 철새들의 활동 공간을 확보해주자는 겁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 새순이 올라올 때마다 계속 잘라줘야 하고요. 완전히 잠수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창원시는 저수지 수위를 높이면 하류 지역의 논이나 과수원이 잠길 위험이 커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다음 달이면 창원시가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름 한 철 볼거리였던 연들은 이제 철새들을 돌려보내는 흉물이 됐습니다.
철새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화면제공 :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