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18 부상자회에 등록된 총상 피해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1996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29명이 몸 안에 납탄의 파편이 박힌채 살고 있었습니다.
진통제가 없이는 단 하루도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을 이지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일흔이 넘은 최복순 할머니 부부는 80년 5월21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할 무렵, 어디선가 갑자기 집 안으로 총알이 날아들어 온 것입니다.
[곽성호/5·18민주화운동 피해자 : 집사람은 서있고 나는 앉아 있는데… 어디서 '땅'소리가 났고… 가슴을 열어보니까 어깨에 구멍이…]
계엄군이 쏜 탄환에서 퍼진 수십여 개의 파편들은 최 할머니의 오른쪽 어깨에 깊숙이 박혔습니다.
[곽성호/5·18민주화운동 피해자 : 수술을 하려는데 신경을 건드릴까봐 못 해…]
37년이 흘렀지만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복순/5·18민주화운동 피해자 : 고개도 안 돌아가고, 팔도 안 올라가고… 완전히 작살났어…]
5·18 당시부터 지금까지 총상을 입은 피해자들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는 외과 전문의 이민오 원장은 엑스레이 사진 십 여장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이민오/외과 전문의: 총알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23세 남자 분은 다리에 파편이… 중학교 1학년생 척추에 박혀 평생 휠체어에… 신경 마비에 근육이 강직되고… 진통제 몇 십알씩 먹는다고…]
일반 총상 피해자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곳도 버거운데 어깨와 엉덩이 두 곳에 총상을 입은 남현애 할머니는 온 몸의 근육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하루 약으로 버틴다는 남 할머니의 평생 소원은 발포 명령자를 찾는 것입니다.
[남현애/5·18민주화운동 피해자 : 내 방에 약이 이렇게 쌓여 있어… 견딜 수가 없어… 산 증인이 여기에 있는데… 너희들이 총을 안 쏴…]
(영상취재 : 공영수, 영상편집 : 최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