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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만 14세' 소년범죄 처벌연령, 적정한가?

입력 2017-09-05 22:23 수정 2017-09-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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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입니다.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에 16만 명 넘게 동참했습니다.

부산 여중생 사건으로 이런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가해자 중 1명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오늘(5일) 팩트체크는 '소년범죄 처벌연령 적정한가'를 주제로 정했습니다.

오대영 기자, 시작해보죠.

[기자]

오늘의 핵심 키워드는 '만 14세'입니다.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사회봉사나 소년원 입소 등의 '보호처분'만 내려집니다.

반면, 만 14세 이상은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도 받습니다.

물론 성인에 비해서는 형이 감경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형법과 소년법에 있는 데요.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입니다.

1953년에 법이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부산 여중생 사건의 경우에 가해자 3명은 14세 이상이지만 1명이 미만이어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앵커]

1953년이면 60년 넘게 계속되고 있군요. 그런데 굳이 14세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20세기 초에, 독일과 일본이 형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때 14세로 정했습니다.

우리도 아마 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 14세'라는 기준이 적정한가?

우선 이 통계로 판단해보겠습니다.

10대 청소년의 강력 범죄 중에서 만 14세 미만의 비율을 살펴봤습니다.

2012년에 11.75%였는데 계속해서 상승합니다. 2015년에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2016년 에 15.2%. 추세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앵커]

14세 미만의 범죄가 늘고 있어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 일단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겠군요.

[기자]

네, 이번엔 해외 사례로 보겠습니다.

덴마크와 핀란드, 스웨덴 등은 만 15세가 기준입니다.

14세는 한국과 독일, 일본이고, 13세는 프랑스, 12세는 캐나다와 네덜란드, 10세는 영국과 호주 등입니다.

미국은 35개 주에서, 나이 기준이 없습니다. 나머지 15개주는 주마다 이렇게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천차만별이고, 아예 나이 기준이 없는 곳도 있군요. 그렇다면 한국의 기준은 높은 건가요?

[기자]

표면적으로만 보면 한국의 나이 기준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는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기준이 낮지만, 범죄를 저질러도 무조건 처벌하지 않습니다. 범죄 청소년을 '책임무능력자'로 우선적으로 추정합니다. 책임이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합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준은 만 10세이지만, 10세 이상의 범죄자도 처벌보다는 보호처분을 먼저 고려합니다.

따라서 나이의 수치만으로 한국의 기준이 높다, 낮다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제적인 추세는 어떤가요? 연령 기준을 내리는 쪽인지, 올리는 쪽인지?

[기자]

UN의 판단을 한번 보겠습니다.

2007년 UN아동권리위원회가 회원국에게 이런 권고를 내렸습니다.

-나이 기준을 만 12세 이상으로 할 것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

강제성은 없지만, 국제적 추세는 알 수 있습니다.

또 1987년, UN 총회에선 "정신적 성숙도를 고려해 너무 낮은 연령으로 정해선 안 된다"고 결의했습니다.

[앵커]

일단 국제적 추세는 그렇군요. 또 다른 판단 근거가 있나요?

[기자]

'만 14세 미만'이라는 기준이 2002년에 헌재 심판까지 갔습니다.

당시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라면서 합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그러면서도 "입법부의 재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 뒤에 2009년, 2011년, 2012년 개정안이 발의가 됐습니다. 국회에서 공론화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습니다.

'만 14세'의 기준이 적정한가? 그 답은 바로 이 공론화에 있습니다.

지금 강력 처벌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법학계에선 일부의 범죄행위로 체계를 바꾸는 건 신중히 판단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앵커]

그런 사회적 요구를 녹여내 합의를 끌어낼 의무… 결국 국회에 있겠죠.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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