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 공장의 노동자들이 희귀질병 피해를 입었다면서 산재 소송을 지금까지 여러 번 벌여왔습니다. 어제(29일) 대법원이 처음으로 피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른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이희진 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난 2002년 말부터 삼성전자 천안 LCD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LCD 패널을 들여다보며 화학물질을 이용해 이물질을 닦아내는 일이었습니다.
1년 만에 눈이 잘 안 보이고 팔다리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을 보여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증상이 악화돼 2007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이후 병원으로부터 판정된 병명은 '다발성 경화증', 척추 신경 섬유가 훼손되는 병으로 현재 한쪽 눈이 거의 안 보입니다.
[이희진 : 희귀 난치병이다 보니까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고요. 재발 안 하기 위해서 주사를 맞는 건데, 좀 힘들거나 그러면 몸에 무리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이 씨는 2010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작업장 환경을 발병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거절당했습니다. 1·2심 법원도 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사용 시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건강한 21살 성인에게 희귀병이 발병한 게 작업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 겁니다.
지난 2007년 고 황유미 씨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희귀질병을 산재로 인정해달라며 83명이 소송을 냈습니다.
지금까지 산재가 인정된 건 21명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