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특별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상영회가 열린 곳은 50년 된 동네 목욕탕을 개조한 곳입니다. 이 목욕탕은 재개발로 철거된다는데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사연을 채승기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들어가는 길. 낡은 벽돌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재개발 결정으로 조만간 철거에 들어갈 목욕탕입니다.
이 곳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감독들이 직접 설치한 미술작품 전시회도 열립니다.
하우스 푸어, 도시개발 문제 등 가볍지 않은 주제에 관객들의 표정도 사뭇 진지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감독들도 여럿입니다.
[오현진/'시력교정 불청객 나비' 감독 : 이렇게 무명에 가까운 신인작업자의 이름까지 있는줄 몰랐고요…. 세월호 정부 시행령에 반대한다 폐기를 촉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올랐다는 게 당황스러웠고….]
블랙리스트로 영화계 지원이 줄면서 독립영화, 다큐멘터리의 입지는 더 좁아졌습니다.
[최현호/'무지개그림자' 감독 : 외국같은 경우 정책에 반대하는 다큐도 많이 나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게 나오면 상영을 할 기회가 없어지고…]
이들은 곧 사라질 목욕탕이 자신들 처지와 닮았다고 말합니다.
[강유가람/'모래' 감독 : 저희 다큐멘터리들도 사실 상영공간이 많지 않아서, 행화탕의 없어져가는 공간의 의미를 같이 살리면서…(전시를 해보자)]
감독들은 블랙리스트가 가로막아도,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았습니다.
[강유가람/'모래' 감독 :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작품을 안 할수는 없는거 같고 다들 자기 작업을 해 나가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