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대선 출마자격' 논란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팩트체크팀이 반 총장의 답변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은 명쾌한 답이 없었다는 겁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선거법 논란부터 한번 볼까요.
[기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이런 자격 필요합니다.
공직선거법 16조 ①
-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 거주
- 공무로 외국파견 기간
- 국내 주소 두고 외국 체류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 거주. 공무로 외국파견 기간은 일단 제외하고요. 국내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 거주기간으로 본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내일 서울 사당동에 전입신고를 한다고 하거든요. 이 얘기는 전출된 상태였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 세 번째에 해당되지가 않습니다.
국제공무원신분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공무원 아니었습니다. 2번에 해당하는지도 그래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가장 큰 논란은 5년 거주, 이 부분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이 선거일이라면 오늘부터 역으로 해서 5년 동안 쭉 살아왔어야 되는지, 아니면 태어나서 한 5년 정도만 살면 되는 것인지 이게 논란인데. 이에 대한 반 전 총장의 발언 들어보시죠.
[반기문 전 사무총장/유엔 : 중앙선관위에서 분명히 자격이 된다, 이렇게 몇 번 유권 해석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 문제를 가지고 나온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유권해석입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민심의 소재와 국가 사회적 실정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즉 대선 직전까지 계속해서 거주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해석이 됩니다.
반면에 그 아래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계속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반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즉 선관위의 답변서 내에서도 취지의 해석과 문구의 해석이 서로 엇갈린 겁니다.
[앵커]
그러면 법률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선관위의 해석처럼 법률 전문가의 해석도 엇갈렸습니다. 결국 입법에 대한 해석이 명쾌하지 않다는 건데요. 이런 역사적인 맥락 때문입니다. 5년 거주는 1962년 5차 개헌 때 처음 등장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이렇게 분명히 돼 있죠.
[앵커]
그러니까 처음에는 '계속하여'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고 그 이후에 계속 유지가 됐는데 1987년에 헌법이 바뀌면서 이 조항 전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1997년 선거법에 '계속하여'만 빠지고 저런 문구(선거일 현재 5년 이상)가 들어가게 되죠.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면 이게 왜 빠졌느냐 이것만 보면 되겠죠.
저희가 당시 국회 회의록에 명확한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나와 있지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5년 거주 규정, 논란이 여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리고 반 전 총장이 기자들에게 받은 또 하나의 질문이 UN 결의안 위반이잖아요. 이건 어떻습니까?
[기자]
그 문제가 사실 더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1946년의 결의안 내용입니다, 원문입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핵심은 '퇴임 직후에 어떤 정부의 자리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입니다.
이에 대한 반 총장의 오늘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 말 이겁니다, 들어보시죠.
[반기문 전 사무총장/유엔 : 그 문안의 해석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없습니다. 그것이 저의 정치적인 행보, 특히 선출직과 관련된 정치 행보를 막는 그런 조항은 아니고…]
선출직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임명직만 해당이 된다. 즉 'Offer', 제안하다라는 단어에 집중을 한 건데요. 하지만 UN 결의안의 맥락을 제가 자세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UN은 confidential information, 비밀정보를 가지고 특정 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선출직이냐 임명직이냐가 본질이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인 이겁니다. immediately on retirement. 퇴임 직후 삼가야 한다라는 규정은 아예 답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요.
원래 대선은 반 총장 퇴임 1년 뒤인 올해 12월에 치러지게 돼 있었죠. 그런데 지금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큽니다. 퇴임 3~4개월 만에 선거에 나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앵커]
퇴임 3~4개월 만이면 퇴임 직후로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직후로 봐야겠죠. 전직 사무총장 중에 대선에 나간 사람 2명 있습니다. 모두 4~5년 뒤에 출마를 했거든요. 그런데 반 총장은 귀국도 하기 전에 이미 마포에 캠프까지 차렸습니다. 대변인 등 참모진도 가동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뉴욕에서 '한 몸 불사르겠다', 우회적으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니까 퇴임 직후가 아니라 퇴임과 동시에 정치에 뛰어든 겁니다.
[앵커]
전직 UN 사무총장이 결의안 위반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선거에 나왔다는 비판 면하기가 어렵겠군요.
[기자]
그 결의안의 골자가 뭐냐 하면 UN 사무총장으로서 일하면서 가진 여러 가지 정보들, 비밀들, 그걸 가지고 그 경험을 통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라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반 전 총장 오늘 정반대로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반기문 전 사무총장/유엔 : 앞으로 제가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경험을 어떻게 국가 발전에 사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인지…]
'경험을 사용하겠다' 그랬죠. 결의안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면책되는 건 아닙니다.
반 전 총장은 10년간 국제 사회에서 결의안 위반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본인의 얘기에 대해서는 핵심을 피해갔습니다.
[앵커]
출마 자격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까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