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10월 29일, 저희들이 태블릿 PC를 보도해드린지 닷새만에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여기서 2대의 휴대 전화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담겨있는 녹취 파일을 들으면 촛불민심이 횃불로 바뀐다는 등 루머가 무성했죠. 저희가 일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 집중 보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김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검사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취임 뒤 처음으로 일주일 만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대국민담화 (2013년 10월 28일) : 대통령께서는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
그런데 이보다 하루 앞선 27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최순실씨 사이의 통화 내용엔 최씨가 대국민담화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납니다.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정 전 비서관이 "1안과 2안, 오전 10시가 있고, 오후 2시가 있다"고 하자, 최씨가 "오전에 하기로 했다"고 답한 겁니다.
이어 정 전 비서관은 오전 10시에 하면 문제가 있다는 듯 난색을 표했지만, 담화문 발표는 최씨 말대로 다음날 오전 10시에 이뤄졌습니다.
같은 날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 사이의 통화에선 최씨가 담화 시각뿐 아니라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정황이 나옵니다.
박 대통령이 자료를 받았다며 "빨리 정리해야 되는데 어떡하죠. 내일 발표할 건데"라고 하자, 정 전 비서관은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이 "그럼 빨리 정리하라"고 하자, 정 전 비서관은 "선생님(최순실)하고 상의를 했는데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따로 정리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알겠다"며 받아들였습니다.
총리 담화 내용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에 앞서 최씨와 먼저 상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