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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기사들은 안 보이는 '택시 쉼터'?

입력 2016-12-15 21:45 수정 2016-12-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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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시 운전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택시 쉼터'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만 6개가 더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예산을 들여 만든 쉼터들이 정말 쉬라고 만들어 놓은 건지 그저 공터나 다름 없는지, 밀착카메라가 들여다봤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부평역 주변으로 늘어선 택시.

이 가운데 택시쉼터를 들어봤다는 운전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대현/택시기사 : (택시 쉼터 아세요?) 택시 쉼터? 모르겠는데, 못 들어봤어요.]

[정준섭/택시기사 : 처음 들어봤어요.]

기사들이 모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인천시에서 유일한 택시 쉼터입니다. 그런데 주변의 도로는 굉장히 한적하고 이곳 자체가 굉장히 외진 느낌인데요.

이쪽이 바로 쉼터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지나가던 택시 운전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김기평/택시기사 : 여기 외져서 별로 안 와요. 쉬어도 이런 데까지 와서 쉴 새가 있나.]

인천시도 쉼터를 왜 이곳에 지었는지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합니다.

[인천시청 관계자 : 아마 부지가 그쪽에 있어서 그것을 매입해서 건설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쉼터라고 하지만 샤워시설 이런 게 하나도 없어요.]

인천시가 4년 전 이 택시쉼터를 만드는 데 쓴 예산은 18억원 7400만원. 이후로도 매년 운영비로 3000만원씩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의 택시 쉼터는 어떨까. 용인시가 운영하는 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기본적으로 건물 자체가 컨테이너 박스입니다. 운영시간도 운전자들이 휴식을 필요로 하는 시간대와 거리가 먼 저녁 6시까지입니다. 이용객은 하루 평균 3명꼴에 불과합니다.

성남시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낮 시간에만 운영되는 데다가 이마저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합니다.

성남의 택시쉼터입니다. 지난해 말 문을 열었는데요. 뒤에 현수막에는 '택시기사님들의 쉼터로 외부차량은 주차 금지'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있는 차량은 모두 외부차량입니다.

인근 주민들은 차라리 시예산을 들인 시설을 그냥 놀리느니 차리리 주차장으로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박우철/인근 회사원 : 택시가 주차된 것을 한 달에 다섯 번 이상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공영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여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면….]

물론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기는 합니다. 수원역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있는 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이곳은 쌍우물택시 쉼터입니다. 지난 2011년도 말 경기도내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택시 쉼터인데요, 하루 평균 이용객이 400~500명에 달할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안쪽에는 이렇게 TV를 시청할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요. 쉼터 안쪽에 또다른 문이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샤워실과 안마·수면실도 있습니다.

[이흥준/택시기사 :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쉬고 싶을 땐 이 장소가 최적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원시에도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다가 주차난을 가중시킨다는 민원에 휘말린 쉼터가 있습니다.

[주변 상인 : 불법 주차가 많고 그래서 저희도 사실 경찰도 몇 번 불렀어요. 택시쉼터 자리를 공영주차장으로 만들자는 서명이었거든요.]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경기도는 총 78억원을 들여 2018년까지 총 16개의 택시쉼터를 만들겠다는 방침입니다.

2009년 쉼터사업을 시작했다 실패했던 서울시도 최근에 재개하려고 자문을 구해놓은 상태입니다.

장시간 운전하는 택시 운전자의 근무환경은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쉼터가 아닌 공터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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