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40대 은행 지점장이 회식에서 과음을 한 뒤 집에 들어와 자다가 숨졌습니다. 법원은 실적 스트레스가 사망의 간접 원인이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서준 기자입니다.
[기자]
한 유명은행의 서울지역 지점장이었던 49살 이모씨는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입사 동기들보다 고속승진을 해왔습니다.
업무와 관련해 매주 3~4차례 술자리를 가졌고, 주말엔 골프모임에도 나갔습니다.
이씨의 지점은 2012년 전국지점 실적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는 지점 실적이 2위로 밀려났고, 이씨는 물론 소속 직원 대부분도 승진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이 이씨는 2014년 회식 때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책을 하며 밤 12시까지 과음을 한 뒤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이씨는 다음날 깨어나지 못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이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 소송에서 "실적에 대한 심한 압박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됐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업무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아니더라도 질병을 악화시켜 숨지게 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