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국어고등학생 10명 중 3명이 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영역에서 아랍어와 베트남어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은 수험생이 거의 없다보니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로또 과목'으로 불린다는군요.
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외고에서 러시아를 전공한 안모군은 올해 수능에선 아랍어에 응시할 예정입니다.
1~2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놓칠 수 있는 러시아어에 비해 점수 따기가 쉬워서입니다.
[안모 군/수험생 : (아랍어는) 1등급 컷도 (50점 만점에) 25점 수준으로 떨어지니까요. 비유하자면 '합법적인 도박'이죠.]
같은 이유로 아랍어 시험에 응시하는 외고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엔 제2외국어에 응시한 외고생 10명 중 3명이 아랍어나 베트남어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언어를 가르치는 외고는 전국에 2곳뿐.
결국 전공을 외면한 채 점수를 쫓는 분위기가 외고에 만연한 겁니다.
[황모 양/수험생 : 진작에 (전공 외국어를) 포기하게 돼요. 아이러니한 게 있죠. 쓸데없이 아랍어 EBS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거나.]
외고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입니다.
[강길부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 고등학교 정규 과목을 충실히 이행한 뒤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수능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