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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방치된 독립운동가 묘…홀대받는 이유

입력 2016-10-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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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독립투사들의 활동을 다룬 영화들이 연달아 흥행하고 있지요. 건국절 논란 속에서도 특히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독립운동가들이 받고 있는 예우는 어떠한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쓸쓸히 방치돼 있는 광복군 합동묘소에 밀착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이번에 찾아온 곳은 북한산 국립공원입니다. 이곳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애국선열의 묘소가 마련돼 있는데요. 특히 최초 직을 맡은 분들이 모여 있어 이 길을 '초대길'로도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검사인 이준 열사의 묘역뿐만 아니라 최초 대법원장인 김병로 선생의 묘역도 이곳에 마련돼 있습니다. 또 반대쪽에 보시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최초 국군인 광복군의 합동 묘역도 이곳에 있습니다.

광복군 합동묘소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있습니다.

광복군 합동묘소로 올라와 봤습니다. 중국 각 지역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17위의 합동 묘소인데요. 앞에 보시면 안내판이 하나 설치돼 있습니다.

내용을 보시면 이들의 성함과 간단한 약력이 적혀있는데요. 이쪽이 바로 합동묘소입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별다른 추모시설 없이 하나의 봉분이 전부입니다.

시민들도 푸대접이라고 느낄 만큼 초라한 모습입니다.

[북한산 등산객 : 너무 허술하고, 너무 푸대접하고 정말 달리 대접해야 돼요. 이제는 전보다 살기도 나아졌으니깐요.]

해당 구청은 1년에 세 차례 벌초를 합니다.

[황현준/강북구청 홍보담당관 : (이분들이) 후손이 없기 때문에 마땅히 (묘를) 관리할 주체가 없습니다. 현재 최소한 도의적으로 벌초 한 번 하고 그 정도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합동묘소는 1985년 국가보훈처가 단장한 상태 그대로입니다.

인근 묘역과는 차이가 큽니다.

바로 옆 이시영 선생의 묘소에는 석인을 비롯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준 열사의 묘도 마찬가지.

한 눈에 보기에도 이곳은 문화재로 지정돼 좀 더 크고 잘 갖춰져 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가운데에 이준 열사의 모습을 담은 흉상도 마련돼 있습니다.

모두 3년 전 문화재로 등록된 묘소들입니다. 그럼 광복군 합동묘소가 문화재나 현충시설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이들 광복군에겐 후손이 없어 문화재 등록에 나설 사람이 없습니다.

광복군 동지회원 37명은 대부분 90대 이상 고령으로, 활동이 가능한 회원은 5명뿐입니다.

현충시설로 지정되려면 건축물이나 조형물이 필요한데, 광복군 동지회엔 이럴 만한 예산도 없습니다. 국가보훈처는 규정만 내세웁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 : 묘지는 현충시설로 지정된 예가 없어요. 다만 묘역 정비를 위해서 1년에 한 3번씩 묘역 주변에 정화 활동을 하는 거죠.]

이 때문에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였던 광복군동지회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김우전/한국광복군동지회장 :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현충시설을) 해요. 가서 보훈처장한테 건의는 할 수 있겠죠. 친일파의 가족은 일제시대부터 좋은 고등교육을 받고 번영을 해요. 그런데 독립운동을 하게 되면 3대가 망한다니 이게 말이 맞아요.]

제 뒤에 걸려있는 태극기는 한국광복군의 서명과 독립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청춘을 바쳐 조국을 지켜낸 이들의 업적을 제대로 기억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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