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진이 일상화된 일본과 우리나라의 대응체계를 비교하는 것… 이것 자체가 무리라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런데 일단 일을 당한 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995년 4만 명의 사상자를 냈던 일본 고베 대지진. 그 이후 고베는 지진대응시스템을 한마디로 싹 다 바꿨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부터는 부러워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고석승 기자가 고베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
규모 7.2의 강진이 순식간에 일본을 집어 삼켰습니다.
무려 6000여 명이 숨지고 3만여 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대지진의 중심지였던 고베는 이전에는 지진 안전지대로 꼽혔습니다.
[와다 칸지/고베대지진 피해자 : 고베는 지진이 없는 마을이라고 우리는 듣고 자랐기 때문에 설마 고베에서 지진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요.]
이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컸던 고베는 대지진 이후 철저한 지진 대비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그 컨트럴 타워인 고베시청 위기관리실을 찾아가봤습니다.
24시간 지진 위험 시설을 관찰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먼저 눈에 띕니다.
지진이 감지되면 즉시 자동으로 경보를 발동하는 '제이 얼럿'이라는 프로그램도 가동 중입니다.
사무실 한 켠에는 중앙 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의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혀있는데요.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전화번호를 찾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이렇게 크게 붙여놓은 겁니다.
[무라카미 케이 고베시청 계장/위기관리실 방재담당 : (고베 대지진 전에는) 이곳 위기관리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지진 대응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계기가 된 셈입니다.]
대지진을 교훈 삼아 재난대응 체계를 통째로, 그리고 완벽하게 손본 고베시와 일본 정부.
경주 강진 이후 우리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배워야 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