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네, 잠깐 듣기에도 그렇다면 늘 열어놔야 한다면 그럼 4대강 보는 뭐하러 건설했느냐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방금 보도해드린 수자원공사의 내부 보고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게 수자원공사의 보고서인가요?
[기자]
네, '펄스형 방류 시험시행 결과'에 대한 문서입니다.
펄스 방류는 맥박이 뛰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서 물을 흘려보내는 겁니다.
이 보고서가 의미 있는 건 수공이 그동안 논란이 있었던 펄스 방류의 실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해왔던 공식 조사 결과이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6월부터 9월 사이에 보의 물을 3백만 톤부터 천만 톤까지 방류하면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농도와 수심별 수온, 용존산소량 등을 측정했습니다.
[앵커]
앞서 기사에도 일부 소개됐지만, 펄스 방류가 녹조를 줄이는 데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 보고서엔 수자원 공사가 보 주변에 장소를 정해놓고 방류 하루 전부터 이틀 뒤까지 효과를 측정한 수치가 담겨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방류한 당일에는 남조류 등의 농도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겁니다.
특히, 긴 시간에 걸쳐 많은 양을 방류할 때 크게 줄었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기자]
하지만 방류를 멈추고 이틀 뒤에는 대부분 남조류 세포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방류를 할 때와 그쳤을 때 녹조의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난 겁니다.
이 때문에 녹조를 줄이려면 결국 방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 저희를 포함한 여러 언론에서 이걸 전해드렸는데, 시민단체에서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펄스 방류가 효과가 없다고 보도해드렸잖아요. 실제로 해봤더니 금방 몇 배로 더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 그건 어떤 의미로 볼 수 있나요?
[기자]
정부는 그동안 펄스 방류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방류 직전과 직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환경부가 공개하는 '물 환경 정보시스템'이란 자료를 보고 효과를 분석해 왔습니다.
그런데 물 환경 정보 시스템은 실제로 물을 방류한 시점과 무관하게, 일주일에 한 번 씩 미리 정해진 날짜에 측정한 자료를 공개하기 때문에 방류 전후의 실제 효과를 제대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 실험이 작년에 이뤄진 거라면서요? 지금 들고 있는 자료에 나와 있는 게. 그러면 왜 반년 넘게 공개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방류량과 방류 시간만큼 녹조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결국 보의 상시 개방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상시 방류로 논의가 이어질 경우, 물을 저장해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겠다는 4대강 사업의 근본 취지와 부딪힙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습니다마는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물을 그만큼 저장해야 된다라는 것이 그 당시 정부의 논리였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취재진은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 수자원공사 측에 여러 차례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대신 국토부와 접촉했는데, 국토부의 경우 물을 갑자기 흘려보낼 때 효과는 일시적인 것이고, 상시 방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먼저 정부가 방류와 관련된 자료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까 시작할 때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늘 상시 방류를 하게 되면 보를 왜 건설했느냐 하는 얘기가 당연히 나올 수 있고, 또 아까 얘기한 대로 물을 가두어둬서 물을 확보한다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정부에서 이런 문제들을 속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좀 있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22조 원이라는 굉장히 많은 예산을 들여서 오랜 기간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를 진행했던 만큼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는, 혹은 국민들의 불신을 키울 수도 있을 만한 자료를 공개하는데 신중하지 않은가, 조심스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호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