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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에 담긴 '장교 간 폭행', 당시 상황 어땠나보니…

입력 2016-06-01 20:59 수정 2016-06-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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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은 피해 장교가 폭행 당시 상황을 녹음까지 해서 인권위에 알리면서 드러났습니다. 녹음된 상황은 듣기에도 좀 충격적인데, 거북해도 조금 더 들어봐야 겠습니다. 사건을 취재한 박성훈 기자가 옆에 나와 있습니다.

보통 사병들 사이에서 군대 폭행 문제가 많이 제기됐었는데, 장교들 사이에서도 이런 폭행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기자]

피해 장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외부로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장교들 사이에는 '군기를 잡는다, 일을 못한다'는 여러 이유로 집합시켜 욕설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 피해 장교 9명은 학사장교와 학군장교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가해 장교는 피해 장교 9명보다 2년 선임으로 두 사람의 가해자 모두 단기 복무 장교들이었습니다.

[앵커]

이번 일이 드러나게 된 것이 녹음을 해서 제시를 했는데 해결이 안 되니깐 인권위까지 가고, 이런 내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피해 장교 한 사람이 불려가면서 느낌이 좀 이상했는지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상황이 50여 분간 생생히 녹음이 된 건데요. 피해 장교가 문제를 제기했는데 적절히 해결이 되지 않자 국가인권위에 이 문제를 제기했던 겁니다.

당시 녹음 내용을 들어보시면 폭언이나 폭행의 수위에 대해 다소 놀라고 충격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한 대목 더 준비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야 XX 몇시야. 야 야. 몇시야. XXX야. 몇시야. (2시 5분입니다.) 몇시야. (2시 5분입니다.)]

[너 경례 안 배웠어? 장애인이야? 장애인이야? 왜 경례 안 했어.]

"장애인이냐" 하면서 계속 폭행을 같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50분의 내용을 다 들려 드릴 수 없지만, 이 내용을 들어보면 폭행과 폭언 때문에 듣는 저도 놀라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앵커]

50분 동안 지속됐다는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장교는 팔이 15cm 가량 찢어지는 상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앵커]

내용만 들어봐도 완전히 억지 시비에 의해서 폭행이 이뤄지는 상황인데… 사실 장교, 사병 가릴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장교들 사이에도 이렇게 심한 구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듣기가 생소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만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부대장이 당연히 문제 삼았어야 하는데 은폐를 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기자]

네, 이번 인권위 조사에서 드러나게 됐던 내용인데요.

대대장이 사건 당일 장교 숙소를 갔다가 이 내용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심지어 참고인까지 관련 진술서를 다 받았습니다.

지금 화면 잠깐 보시면 진술서를 잠시 보여드리겠습니다.

피해 장교들이 작성했던 진술서들인데요, '휴게실에 비치된 의자를 집어던져 목에 맞았다' '근무 취침을 못해서 피곤하다고 말했다가 주먹으로 맞았다'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대장은 내부 지휘관 회의까지 열었지만 상부기관이나 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지휘 실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후 인권위 조사로 이 사실이 드러나자 국방부가 뒤늦게 대대장의 묵인, 방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견책 조치를 했습니다.

[앵커]

처음에 왜 은폐하려 했느냐라고 제가 질문을 던진 게 사실 참 우문이긴 합니다. 군대 생활 해본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기도 한데. 사병을 지휘하는 장교라는 점, 그래서 사실은 사병끼리의 폭행이 일어나면 장교가 그걸 통제해야 되는 입장인데, 자기들끼리 주먹을 주고받고 하고 앉았으니깐 징계 수위에 대해선 여러 가지 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견책이라는 징계는 징계 수위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 아래에는 경고라고 해서 인사상의 불이익으로 징계는 아닌 것이죠.

지난 2014년 12월, 해군 장교가 부하 장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자 그때 군은 사상 처음으로 계급 강등과 함께 형사처벌이라는 강경한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아마 이 해에 윤 일병 폭행 사건이 있어서 아마 군이 여론을 의식해서 처벌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폭행 건수가 3600건으로 하루 평균 2.2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앵커]

드러난 것만 그렇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장교 간 폭행 사건이라는 것은 장교와 사병 사이에, 특히나 군기강에 큰 문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폭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오히려 장교 간 폭행에 대해서 더 엄중한 처벌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박성훈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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