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한 23살 여성. 피의자는 구속됐습니다. 사건 현장 인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의 추모의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그 시간, 그 장소에 내가 있었다면, 내가 그녀가 될 수도 있었다는 여성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누군가가 붙이기 시작한 쪽지로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은 빼곡하게 덮였습니다.
'나는 운이 좋았기 때문에' '그 시간, 그 장소에 가지 않아 살아남았다'는 등의 자조의 말이 적혀 있습니다.
희생자를 위해 놓고 간 꽃도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딱히 주도하는 단체가 없었는데도 소셜미디어로 시간과 장소를 공유한 시민이 모이기 시작해 어제(19일) 퇴근 시간이 지나면서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러봤을 건물 층계 사이 화장실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변을 당했다는 점이 이들을 강남역으로 이끌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 됐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유발언이 이어질 때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일부 여성은 마스크를 썼습니다.
이곳에 왔다가 사진이 찍혀 인터넷상에서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넷에는 '강남역 추모집회'라는 이름의 카페가 개설돼 내일도 강남역 등에서 집회를 열 예정입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어제 23살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34살 김모 씨를 구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