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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담뱃갑 경고그림 '위? 아래?'…효과는?

입력 2016-05-11 22:43 수정 2016-05-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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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담뱃갑 경고그림, 어디에 있어야 더 효과적일까?

[앵커]

담뱃갑 경고그림을 담배 상단에 넣느냐 마느냐. 내일모레(14일) 규제개혁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마지막으로 회의를 연다고 하는데 꼭 상단에 넣어야 금연 효과가 있다는 보건복지부 그리고 어디에 넣어도 마찬가지라는 담배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경고그림을 넣기까지도 하여간 진통이 컸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놓는지를 가지고 또 문제가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1년 전이었죠.

이제 담뱃갑에 경고그림 삽입하는 데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그림을 담뱃갑 윗부분에 넣도록 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는데요.

지난달 22일 열렸던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굳이 상단에 넣는 게 효과가 불분명하다면서 이 규제를 없애라고 권고를 한 겁니다.

복지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재심의를 신청했고요. 그래서 내일모레 최종회의가 열리는 겁니다.

[앵커]

원래 경고그림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 국제협약으로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던가요, 이게?

[기자]

그렇습니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은 것도 우리가 11년 전에 비준을 했던 세계보건기구에 담배기준기본협약에 따른 겁니다.

원래 2008년에 도입해야 하는 것을 이제서야 시작을 한 건데 그런데 여기서 경고사진이나 문구는 주요 표시면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위치에 넣느냐에 대해서는 상단이 좋겠다라는 정도로만 권고를 하고 있어서 현재 나라마다 이제 경고그림 위치는 각자 다르게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그걸 아랫부분에 넣은 나라들이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은 국가들 보면 그중에 이제 칠레나 콜롬비아,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주로 남미와 중동지역 25개 나라가 하단에 이 경고그림을 넣었고요. 반면에 캐나다나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같이 51개 나라는 상단에 경고그림을 넣었습니다.

[앵커]

주로 유럽 국가들이 상단에 많이 넣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상단과 하단에 넣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느냐, 이게 중요하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차이가 없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는 건데요. 학문적으로 이 부분에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행이 됐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최근 실시한 걸 보면 경고그림을 이게 지금 경고그림이 상단에 들어갔을 때인데 상단에 넣었을 때 시선점유율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시선이 머문 시간의 비중이 61%였는데 그 반면에 경고그림을 밑에 넣었을 때, 하단에 배치했을 때는 47%에 불과했습니다.

이건 왜 그러냐.구텐베르그 다이어그램이라고 해서요. 사람들은 보통 어떤 사물을 볼 때 1, 2, 3, 4 순서로 해서 결과적으로는 위로부터 아래로 시선이 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U에서도 경고그림이 상단에 있을 때 효과가 훨씬 더 크다라는 독일 암센터 연구결과를 받아들여서 올해 5월부터 경고그림을 모두 위로 끌어올리게 의무화했습니다.

[앵커]

저 좁은 공간에서도 이렇게 시선이 차이가 많이 나는 거군요.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결국에 상단이든 하든이든 상관없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그건 틀린 얘기다 하는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 담배가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요.

화면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게 현재 소매점에 실제로 담배가 진열이 돼 있는 그런 모습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하단에 있는 경고문구조차 저 진열대 광고물 가격이 있는 저 광고물에 가려서 제대로 안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저게 일단 제일 큰 문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걸 조금만 더 높이면 아예 경고그림까지 가릴 수 있는 거죠. 또 그리고 지금 보시는 것처럼 담배를 피울 때도 손으로 가리면서 꺼낼 수 있기 때문에 경고그림 노출을 하단에 위치하면 최소화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청소년이 이렇게 조금 전에 보셨던 것처럼 진열되어 있는 담배를 자주 보면 볼수록 흡연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미국에서 나와 있는데요. 그러니까 담배 업계가 경고그림을 상단에 넣고 싶어하지 않는 것, 이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앵커]

연구결과가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아무튼 지난 번에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이런 것들이 거의 반영이 안 됐다는 이유인데요? 그 이유가 뭔가요?

[기자]

게다가 담배규제기본협약상 조금 전에 보셨던 FCTC 기본협약상 담배 규제 관련한 회의에는 담배업계 종사자나 대변자를 참석시키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규제위 회의 때는 KT&G 사외이사 출신도 민관위원으로 참석해서 논란이 돼 있는데요.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렇습니다.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한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지금 부족하다. 일반인들이 이걸 보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다. 또 그리고 어린학생이 금연교육을 받았는데 어떤 병적인 반응을 보였다라는 등 담배 회사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이 다른 위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앵커]

어이없는 그런 상황이었군요.

[기자]

내일모레 열리는 마지막 회의. 어떤 이런 느낌보다는 또 연구결과에 근거한 재심의로 논란을 최소화해야겠습니다.

[앵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담배를 끊으면 되는 거죠.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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