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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화호에…" 범죄 은폐 온상 된 '301번 지방도로'

입력 2016-05-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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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화성에서 시작해 대부도와 시화호를 관통하는 301번 지방도로. 이 길이 요즘 '공포의 도로'로 불리고 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안산 시신 훼손 사건을 비롯해서, 여기에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시와 시흥시를 잇는 301번 지방도로입니다.

대부도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도로라 시화호를 찾는 사람은 이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산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는 이 도로를 타고 다니며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시신의 상반신이 자루에 담긴 채 발견됐던 현장입니다.

근처를 보니까요. 먹다 남긴 컵라면 용기부터 술병까지 각종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데요.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과 산책로 등이 코 앞에 있었지만 아무도 이곳에 시신이 버려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주광수/인근 마을 주민 : 다른 동네하고 여기는 다르지. 여기는 한적하고 사람이 일단 (저녁) 시간이 넘어가면 없잖아.]

하반신은 대부도의 한 방조제 인근 배수로에서 발견됐습니다.

처음으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됐던 배수로에서 불과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해안 산책로가 위치해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이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이곳을 지나다니던 일부 주민들도 사건 이후 대부분 발길을 끊었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 : 아침에 운동 삼아 가끔 가죠. 거기로. 무섭더라고. 우리들이 매일 (그쪽으로) 운동가니까. 밤에는 무서워.]

301번 지방도로가 시신 유기 경로로 이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발생한 김하일 사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하일은 살인한 아내의 시신을 훼손한 뒤 시화호 두 군데에 나누어 버렸는데요.

제 왼쪽에 있는 곳이 바로 그 중 한 곳입니다.

공교롭게도 이곳을 포함한 두 곳 역시 301번 지방도로 바로 옆입니다.

2008년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 등 이밖에도 301번 지방도로 또는 그 주변에서 시신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잇따른 잔혹 범죄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 : 섬뜩하죠. 우리 며느리가 무서워서 거기 어떻게 다니냐고 해요. 차를 가지고 다녀도 혼자 다닐 땐 무서운 생각이 들어요.]

범죄 은폐를 위해 시화호를 찾는 범죄자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인근 마을 주민 : 속상해. 진짜 화나요. 사실은 인천 쪽에서 사건이 난 거잖아요. 그런데 시신을 왜 안산, 여기 와서 방치한 건지 이해가 안 가요.]

주민들은 CCTV 등 치안 시스템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천순/인근 마을 주민 : CCTV가 크게 없어요. CCTV가 없어 놓으니까 (시신을) 버려 놓고 도망가기가 좋죠.]

실제로 301번 지방도로의 CCTV는 대부분 도로 양측 초입에 몰려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고 외진 곳에는 정작 CCTV가 없는 셈입니다.

밤에는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시신의 하반신이 발견됐던 현장을 다시 찾아와봤습니다.

낮과 달리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어두운 상태인데요.

주변에 민가도 많지 않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량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시화호에서 이어지는 시신유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CCTV 추가 설치와 더불어 순찰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백기종/전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 CCTV는 당연히 증설해야 되고요. 주기적 순찰을 해서 그 지역에 치안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범죄를 꾀하는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시화호가 잔혹 범죄를 감추기 위한 현장으로 계속 선택되는 데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신경 탓도 큽니다.

'범죄 은폐의 최적지'라는 301번 지방도로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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