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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가 사고 예방하는데…'문 잡아주기' 실상은?

입력 2016-05-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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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쇼핑몰 같은 큰 건물의 출입구는 보통 대형 여닫이 문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배려는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잠시 잡아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의 실상은 어떨까요.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서울 명동과 연결되는 회현 지하상가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어서 1년 내내 붐비는 곳입니다.

이 상가를 출입하기 위해서는 대형 여닫이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앞 사람이 문을 잡아주지 않으면, 뒤에 오는 사람이 유리문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여기 손가락 부상을 조심하라는 스티커도 붙어 있는데요.

실제로 상대적으로 문이 가벼울수록 또 이 속도제어장치의 힌지가 낡을수록 문의 반동이 커지게 되면서 부상의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사람들의 가장 많이 드나드는 출입문에 카메라를 설치해 통행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뒤따라 오는 이들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는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이렇다보니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됩니다.

앞 사람이 문을 세게 닫고 나가면서 팔이나 어깨를 부딪히는 모습은 흔합니다.

문에 이마를 찧고 놀라기도 합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출입문 앞으로 장소를 옮겨봤습니다.

이곳 역시 뒷사람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는 모습은 찾기 힘듭니다.

[김세희/서울 둔촌동 : 아기 데리고 가다 보면 짐도 많고 하니까, 빨리 가시다 보니까 제대로 잘 안 잡아주셔서 좀 당황스러운 적이 몇 번 있었어요.]

노인들이나 장애인들, 그리고 어른 눈높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들은 더 위험합니다.

[이정신/서울 사당동 : 배려는 바라지도 않아요. 문 열면 제발 앞에서 치고 들어오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번은 진짜 제 발을 밟을 뻔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되레 저한테 화를 내시고 가시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시청 출입문, 문 앞에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이 스티커를 자세히 보니까요. 뒷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게 거울이 함께 부착돼 있는데요.

뒷 사람을 배려해서 손잡이를 잠시 잡아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이 스티커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잠시 지켜보겠습니다.

앞선 두 곳보다는 문을 잡아주는 사람이 확연히 늘었습니다.

[이영옥/경기 성남시 : 그냥 지나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스티커를 보면) 생각이 정확히 드니까요.]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에도 잠깐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열차가 도착하면 안에 있는 승객들이 내린 뒤에 탑승해야 되는데요.

이를 지키기 않는 일부 승객들때문에 서로 눈살이 찌뿌려지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열차를 직접 타고 다니면서 실태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갑니다.

내리는 승객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아이를 앞세워 좁은 틈을 헤집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진수정/서울 방배동 : 내리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밀려와서 제가 못 내린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왜 이렇게 급하게 탑승을 하는 걸까.

[지하철 승객 : (서둘러 탑승한 이유가 있나요?) 그렇지. 여기 자리가 하나밖에 없었잖아. 남보다 먼저 타려고 하는 그 마음이 항상 있다고. 그건 사실이에요. 그건 인정해.]

배려는 남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이나미 원장/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 여유라는 건 돈이나 지위 같은 게 아니에요. 그렇게 갚으면 또 몇 배로 돌아오니까 장기적으로는 나한테 하는 투자죠.]

"살기가 빠듯하다", "여유가 없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위한 작은 배려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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