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사건+] "환자 잠들면 '유령 의사'가 성형수술 진행"

입력 2014-04-11 09:28 수정 2014-06-01 10:3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성형외과 의사들이 무리한 성형수술과 이른바 유령의사 관행을 반성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근 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늘면서 비난 여론이 거셌었죠.

먼저 이현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기자]

성형외과 의사들이 사죄의 뜻으로 일제히 고개를 숙입니다.

일부 병원들의 무리한 수술과 진료를 반성하는 기자회견입니다.

[이상목/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 : 잘못된 점을 낱낱이 드러내 새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이렇게 모이게 되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유령 의사' 관행도 직접 고백했습니다.

환자가 수술실에서 잠든 사이 상담 때 보지도 못한 다른 의사가 몰래 수술을 집도한다는 겁니다.

[김선웅/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 (유령의사가) 의료법에서는 규제가 안 되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해서라도….]

앞서 지난해 말, 강남 대형 병원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던 19살 장 모 양이 뇌사에 빠지면서 업계 전체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장 모 씨/피해자 아버지 : 상담할 때는 3시간 한다고 했는데 7시간이 걸렸어요. 보호자가 있는데 알리지도 않고 전신마취를 하고….]

일부 성형외과에선 타이머를 맞춰놓고 수술을 독촉할 정도로 무리한 근로시간을 강요해 왔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성형외과 관계자 : 추석이나 설날에는 새벽 4시까지 할 때도 있고,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하는 거죠.]

성형외과 의사회는 불법으로 면허를 대여한 의사들을 징계하고, 성형수술 광고 등도 자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회부의 이지은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성형수슬은 이미 시술이 아니라 상품이 돼버렸습니다.

[기자]

네, 사실 TV에서는 성형을 하지 않은 연예인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성형이 굉장히 생활화됐고, 해외에서도 한국의 성형 기술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 해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서울 강남에만 300군데가 넘는 성형외과들의 과열 경쟁은 온갖 무리수를 낳고 있는 상황입니다.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성형외과만 300곳이 넘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경쟁이 그만큼 치열합니다.

일부 병원이 돈벌이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영진/성형외과 전문의 : 과다 경쟁하면서 과장 광고도 많이 써야 하고 어쨌든 (수익을) 맞추려면 그만큼 벌어야 되니까요.]

비용을 아끼려다 충분한 수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합니다.

[김선웅/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 성수기 땐 의사들이 (한 주에) 70시간 이상을 수술해요. 하루에 16시간, 심지어 그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진료하고 아침 9시 30분에 출근하고요.]

심지어 간호 조무사가 아닌 실습생을 데려다 쓰기도 합니다.

[성형외과 관계자 : 사람이 여의치 않으면 (실습생을) 투입하죠. 수술실에 들어가서 곁눈질로 봤다 이거죠.]

고가인 응급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곳도 허다합니다.

전국 1천여 곳의 성형외과 중 심장충격기 등을 갖춘 곳은 20% 뿐입니다.

강남에선 1%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불법으로 수술비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곳까지 있습니다.

[성형외과 관계자 : 대출도 많이 연계해주죠. 은행에서 업무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금리를 싸게 해서요. (환자가) 대출을 받게 되면 소개한 의사에게도 돈을 주고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무색합니다.

[앵커]

네, 일부 성형외과 병원의 잘못된 관행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은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성형외과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양심 고백이 처음으로 나온 건데요.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의사회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지던 '섀도 닥터' 이른바 '유령 의사'의 존재를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이게 뭐냐면, 일부 성형외과에서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스타 의사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찾아오면 이 스타 의사가 수술할 것처럼 이야기 하고선, 먼저 수면 마취제를 투여해 환자를 재운다는 겁니다.

이후에 이른바 유령 의사라고 불리는 다른 의사나 레지던트 등을 불러 대신 수술을 시킨다는 겁니다.

환자가 일어나기 전에 섀도 닥터는 수술실을 나가고 스타 의사가 와서 깨운다는 건데요, 어제(10일) 뉴스에 출연한 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의 인터뷰 내용 함께 보시죠.

[김선웅/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 환자는 자기를 집도해 준 의사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깰 때엔 집도했던 의사는 나가고 없기 때문에 자기가 상담했던 의사가 수술한 줄 알게 되는 것이죠. 결국 유령 의사가 수술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환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속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죠. 나는 스타 의사에게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전혀 모르는 의사가 와서 수술한다면 사실상 사기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섀도 닥터는 환자의 상태도 정확히 모를 뿐 아니라 의료 사고가 났을땐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쉽지 않겠죠.

문제는 이렇게 환자를 속이려면 많은 양의 수면 마취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건데요.

마취제가 과하게 투여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일부 성형외과에선 근무시간이 상당히 과도해 무리하게 수술이 이뤄진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성수기에는 하루 16시간씩 수술을 한다고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술인데, 이렇게 피곤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사고에 대한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가 나오는데요. 어느 정도인지 성형외과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성형외과 관계자 : 추석이나 설날 때는 새벽 4시까지 (수술을) 할 때도 있고 9시30분 부터 새벽까지 수술을 계속하는 겁니다. 컨디션이 제 정상은 아닌거죠. 다음날 똑같이 9시에 출근하고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하는 것이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마취제 투여 등을 간호사나 간호 조무사에게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자격증이 없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에게 대신 맡기는 일도 있다는 게 의사회의 주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의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것이죠.

소비자원에 신고 접수되는 성형외과 피해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부 성형 외과들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기자]

우후죽순으로 성형외과가 생기다보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이 있고, 환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씁니다.

버스와 지하철만 봐도 성형 광고가 많은데요,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섀도 닥터를 고용하고 실습생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병원이 환자들을 부추기면서 성형 비용은 저렴한 금리로 대출해 줄 수 있다고 알선하기도 하는데요.

일부 성형외과는 대출업자에게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는데, 이는 의료법상 불법입니다.

이것저것 비용을 아껴야 하니 응급 의료 장비를 구비해놓지 않은 곳들도 많았는데요.

결국 환자의 안전은 뒷전이 되는 것이죠.

[앵커]

비단 국내 환자들 뿐이 아니잖아요.

[기자]

네, 최근엔 외국에서도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많이 찾는데요,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국내 의료 산업도 더 활성화될 수 있겠죠.

[앵커]

네, 성형외과의 자정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도 이어져야겠습니다. 지켜보겠습니다. 이지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관련기사

"공장서 찍어내 듯 수술" 성형외과 양심 고백…근절 다짐 돈벌이 급급해 과열 경쟁…'성형 공화국' 부끄러운 민낯 "눈·코 수술때 프로포폴 대부분 안 써…여고생 뇌사 짚고가야" '유령의사가 대리수술'…성형외과 "불법, 스스로 근절"
광고

관련키워드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