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은 저희가 단독 취재한 소식입니다.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저위험 권총' 늘리겠다고 대책 내놨습니다. 모든 현장 경찰들이 하나씩 차게 하겠다는 겁니다. 저위험 권총은 기존 권총에 비해 위력이 10분의 1 수준이고 플라스틱 탄환을 써서 살상력도 떨어집니다. 흉악범 제압할 때 더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저위험 권총 사겠다며 예산 13억 5천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경찰은 이 돈으로 정작 저위험 권총은 하나도 못 사고 기존에 쓰던 살상용 권총만 더 사기로 했습니다. 저위험 권총이 아직 안전 검증이 끝나지 않아 현장에서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저위험 권총 예산 필요하다며 올해 86억원을 또 요청했습니다.
박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이 쓰는 38구경 권총입니다.
인체 조직과 비슷한 젤라틴 블록에 쏘면 끝까지 들어갑니다.
위력은 확실하지만 살상력이 너무 커 현장에서 쓰기 어렵습니다.
경찰이 새로 도입하겠다는 '저위험 권총'을 쏴봤습니다.
38구경의 10분의1 정도인 5㎝만 뚫고 들어갑니다.
경찰은 지난해, 이 권총을 쓰면 현장 활용도가 높아질 거라면서 예산 13억5000만원을 받아 갔습니다.
그런데 한 정도 못 샀습니다.
올해 실시한 성능 테스트 15개 항목 가운데 4개가 미달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권총을 1.5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총탄에 '공이 자국'이 남는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데도 충격을 받아 공이가 총탄을 때렸다는겁니다.
[이용일/대덕대 총포광학과 교수 : 떨어뜨려서 실제 (오발로) 주변에 있던 분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수준인 것 같아요. 이거는 개선을 해야 하고요.]
어떤 기준을 넘으면 실제로 쓸 수 있는지 정하는 '시험 규격'도 이제 만들고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대신 38구경 권총 1400여정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이형석/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저위험 권총을 구입하겠단 예산으로 살상력이 높은 38구경 권총을 다시 구입한다고 하거든요. 이것은 예산편성 지침에 심히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인력에 비해 총기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엉뚱한 곳에 예산을 쓰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내년엔 반드시 저위험 권총을 사겠다면서 예산 86억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안전성 테스트뿐 아니라 시범 운영 등 적지 않은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김관후 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