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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0년에 쓰러진 '세모녀 전세사기' 주범..피해자는 여전히 그 집에 산다

입력 2023-07-12 20:20 수정 2023-07-1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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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연기하는 걸로 밖에 안 보여요”
('세모녀 전세사기' 피해자 A씨)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를 벌인 주범 김모씨에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세 모녀 전세사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사건입니다. 판결이 끝나자 김씨는 졸도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세모녀 전세사기' 주범 김모씨〈사진=JTBC(2021년 5월 방송화면 캡쳐)〉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세모녀 전세사기' 주범 김모씨〈사진=JTBC(2021년 5월 방송화면 캡쳐)〉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방청석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A씨는 보증금 2억 2천만원을 3년째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기당한 그 집에, 계속 살고 있습니다.
 

■ “피해자 속이려는 의도 없었다” 끝내 범행 인정 안한 김씨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이준구 판사)는 사기·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어머니입니다. 징역 10년은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한 형량과 같습니다.

김씨는 재판 내내 “피해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고, 여러 계약들이 겹치며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뜻과 능력이 없었는데도 피해자를 속였다”며 김씨의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또 분양업자, 부동산 중개업자 등 여러 공범들이 계획한 범죄 구조에서 김씨가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세사기는 “서민 삶의 기반 뿌리째 흔드는 중대범죄”

재판부는 선고 내내 김씨의 범죄를 강하게 꾸짖었습니다. 이 판사는 “전세사기 범행은 서민층과 사회초년생의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한,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씨가 전세사기가 드러난 뒤에도 빈 집에 단기 월세임차인을 들이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양형 이유로 고려됐습니다.

법정에서 실신한 김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법정 경위의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이후 의식을 되찾아 휠체어를 타고 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제발 답장좀 해주세요”..피해자가 보낸 69번의 메시지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지난 2021년 6월~8월 동안 김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한 이미지. 회색 메시지가 김씨가 보낸 메시지다.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지난 2021년 6월~8월 동안 김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재구성한 이미지. 회색 메시지가 김씨가 보낸 메시지다.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A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왔습니다. 지난 2018년, 신혼부부였던 A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보증금 2억 2천만원의 빌라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2020년,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바뀐 집주인이 바로 김씨였습니다. 이사를 가기 위해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말하자 김씨는 “다른 세입자가 오기 전엔 줄 수 없다, 집을 사라”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A씨는 “선고만으로는 개운하지도 않고, 결국 달라질 게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빌라는 8번 넘게 경매에서 유찰됐고, 보증금 대출 이자는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 간 크게 오른 금리에 이자도 늘었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공형진 변호사는 “보증금을 돌려받은 피해자는 '극소수'”라며, “피해자들의 재산 회복을 위해 정치권 등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재판은?

오늘 선고는 '세모녀'의 범행 중 일부인 85명의 피해자, 183억원의 피해금액에 대해서만 내려졌습니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을 모두 더하면 피해 금액은 최소 681억원, 피해자는 305명이 넘습니다. 함께 범행한 두 딸과 부동산 분양업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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