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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용소에서 90일…16살 우크라 소년이 전한 생존기

입력 2022-07-18 17:41 수정 2022-07-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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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재회하는 블라드 부략. 〈사진=워싱턴포스트(WP) 캡처〉아버지와 재회하는 블라드 부략. 〈사진=워싱턴포스트(WP) 캡처〉
현지시간 1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수용소에서 90일 동안 갇혔다가 풀려난 16살 소년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블라드 부략(16)은 지난 4월 고향인 멜리토폴을 탈출하다가 러시아군에 잡혔습니다. 그는 러시아 남동부 자포리자의 바실리우카 수용소로 보내졌고 며칠 동안 독방에 갇혔습니다.

부략은 독방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수용소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됐을 어느 날, 부략은 20대 한 남성과 같은 방으로 옮겨졌습니다.

부략은 그곳에서 20대 남성이 전기고문과 구타를 당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문이 시작되면 3시간 동안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남성은 부략에게 "고문을 계속 당할 바에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며 깡통 뚜껑으로 손목을 그었습니다. 부략은 "남성이 간수에게 발견돼 옮겨졌다"며 "지금까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략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우크라이나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부략의 증언은 석방된 다른 이들의 증언과 일치했고 고문은 일반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워싱턴포스트(WP) 캡처〉〈사진=워싱턴포스트(WP) 캡처〉
이후 부략은 방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책을 읽고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에는 다른 수감자들이 고문을 당했던 방을 청소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는 피에 흠뻑 젖은 의료도구들이 있었습니다.

부략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못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며 "나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이 당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략이 본 고문은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구타와 전기 고문 외에도 손톱 밑에 바늘을 꽂는 고문도 있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무서웠고 충격을 받았다"며 "내 안의 모든 게 불붙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수용소에 갇힌 지 7주가 지났을 때는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목욕도 할 수 있었고 아버지와 통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불확실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은 없다. 여기서 나갈 것이다'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4일 러시아 협상 대표가 부략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풀어주겠다고 연락했습니다. 풀어주는 조건에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부략은 풀려나 우크라이나 최전방 지역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붙잡혀 갔을 때 마음속 한 조각이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며 "아들을 껴안았을 때 나는 그 조각을 되찾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부략은 전쟁 속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자기가 수용소에서 겪은 일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부략은 수용소 생활과 관련해 "그 어떤 것도 잊고 싶지 않다"며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확실히 알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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