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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은행 영업 4시 마감'…최경환 발언 확인해보니

입력 2015-10-13 22:02 수정 2015-10-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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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씀드린 대로 팩트체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보신 리포트대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이 발언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발언이 나온 건데, 오늘(13일) 팩트체크에서 이것이 맞는 이야기인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최 부총리가 이렇게 얘기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좀 엇갈리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너무 일찍 문을 닫으니 은행일 보려면 조퇴해야 한다" "7시까지는 열어야 한다"면서 최 부총리의 발언을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고, 반면 "4시에 문 닫고 퇴근하는 줄 아느냐, 그때부터 야근 시작이다"라는 은행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도 있었습니다.

엇갈리는 반응을 정리하기 위해 부총리의 발언을 나눠서 짚어볼 텐데요, 먼저 은행이 오후 4시에 문 닫는 나라, 정말 한국뿐인지부터 봤습니다.

[앵커]

제가 알기로는 유럽 같은 나라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닫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우리와 가장 비슷한 곳이 독일인데, 도이체방크의 경우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4시에 닫습니다. 일본 미즈호 은행은 더 짧아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고, 국립호주은행도 비슷합니다.

미국도 통상 오전 9시에서 오후 네다섯 시가 대부분이긴 한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어서 사무실 밀집 지역에선 오후 6시까지 영업을 하기도 하고, 토요일에 영업하는 곳도 꽤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탄력운영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그렇게 하면 안 될까요?

[기자]

우리도 그렇게 하는 곳이 있습니다. 공단 밀집지역 등 1백여 곳에서 이와 비슷한 탄력점포를 운영하긴 하지만, 일반적이진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도 그러면 미국처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나오기는 하는데요, 하지만 현재도 적자를 내는 영업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수요가 늘어나 은행지점 방문자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이처럼 근무시간과 관련한 부총리의 발언, 상당히 억울하다는 게 은행 직원들 이야기였습니다. 들어보시죠.

[나기상 본부장/금융노조 : 국내에 있는 은행들은 과거에 비해서는 인원수가 굉장히 적고 하는 일은 훨씬 더 늘어났기 때문에 오후 4시에 문을 닫고 난 뒤에 그때부터 모든 잡무 정리나 비대면 영업활동을 시작해요. 그래서 실제 퇴근시간은 거의 다 8시, 9시고 주말이나 월말 같은 경우는 11시, 이렇거든요.]

그러니 일단 오후 4시에 은행 문 닫는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는 부총리의 말은 과장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또 한 가지 크게 논란이 된 것이, '10년 일하면 억대 연봉 받는 사람들이 일을 안 해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경쟁력이 약하다'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로부터.

[기자]

그 얘기는 뒷부분은 맞고 앞부분은 틀렸습니다.

[앵커]

뒷부분이라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겁니까? 그건 맞는 건가요?

[기자]

네, 잠시 후에 설명드릴 텐데요, 수치상으로 보면 그렇고요.

앞부분, 연봉 부분 이야기는 틀렸습니다.

국내 은행 직원의 평균연봉을 보면 신한은행이 8400만 원, 우리은행 7700만 원, 기업은행 6800만 원 수준입니다.

이건 평균치고 은행권은 기본적으로 근속연수가 길기 때문에 10년 차에 절대 1억에 이를 수 없다는 게 종사자들 이야기였는데, 그러면 어느 수준으로 볼 수 있을지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이창선 수석연구원/LG경제연구원 : 금융권이 평균적으로 연봉 수준이 높은 건 맞죠. 다른 제조업 등에 비해서. 그런데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고. 25년 차 같으면 대기업 같으면 임원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보면 대기업보다는 많다고 할 수가 없겠죠.]

부총리는 은행권이 다른 업종에 비해 연봉이 높은 수준이라는 취지였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10년 만에 1억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듣는 입장에서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앵커]

이런 경우에 꼭 대기업 하고 비교할 필요는 없겠죠. '다른 업종과 비교해서 좀 많다' 최경환 부총리의 머릿속엔 그것이 분명 들어가 있었을 테고, 1억이라는 건… 모르겠습니다, 8400만 원을 1억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팩트체크 시간이니 팩트만 따지고 보자면 그건 아니다… 그런데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건 아까 맞다고 했잖아요?

[기자]

그건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금융시장 성숙도 평가를 가지고 한 말인데, 뉴질랜드가 1위였고 필리핀이 48위, 우간다가 81위, 한국이 작년보다 7계단 떨어진 87위였습니다.

조사 방식에 논란은 있지만 수치상으론 우간다에 뒤진 게 맞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순위 하락이 게으른 고연봉 은행직원들 때문이냐 하는 건데, 그동안 한국 금융산업이 낙후한 원인으로 주로 지목된 걸 보면 '고비용 저효율 구조'도 있었지만 '과도한 규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 '리스크 관리 미비' 등이 단골 지적사항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게 바로 이 부분인데 들어보시죠.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 일선 현장에서는 금융기관의 보신주의 못지않게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매우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개혁은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인사와 경영간섭으로 대표되는 '관치금융' 해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앵커]

관치하지 말자, 모든 정치인들이 다 그렇게 얘기합니다. 모르겠습니다, 다음 정권을 또 새누리당이 담당할지 안 할지 지금으로써는 모르는 일이지만. 만일 담당하게 되더라도 지금 한 얘기처럼 했으면 좋겠군요.

[기자]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그리고 정부가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 34곳의 임원을 조사했더니 42%가 공무원이나 정치권 등 외부인사 출신이었습니다.

KB 같은 민간은행도 인사철만 되면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니 이 문제에 있어서 최 부총리보다 김 대표 진단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금융 경쟁력 순위 발표가 난 뒤 청와대에서는 "금융개혁이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와 편익을 가져다주는지 소상히 홍보해 국민 모두가 개혁성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영업시간 바꾸고 직원들 연봉 조정하는 것으론 대통령이 말한 '국민이 체감할 개혁 성과' 이루기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그나저나 오늘 우간다 분들이 귀가 좀 간지러우셨을 것 같은데… 많이 등장하셔서. 그런데 아까 보니까 우간다보다 훨씬 더 떨어지네요.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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