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논란은 '학부모 갑질'을 넘어 좀 더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사무관이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왕의 DNA', '극우뇌'같은 생소한 표현이 등장하죠. 사무관은 자기 임의대로 쓴 게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해명이 알려진 뒤, 주목받는 한 사설 연구소가 있습니다. 자폐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ADHD 아동을 약물도 없이 1년 안에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곳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극도로 우뇌가 발달해 천재성을 타고난 것'이라 치료법이 따로 있다고 광고하는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방식들뿐이었습니다.
정영재 기자가 이 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주의력 결핍부터 자폐 아동까지 모두 치료한다는 이 연구소.
병원에서 쓰는 약물 없이도 문제 행동을 바로잡는다는 홍보 문구가 붙었습니다.
특허도 받았다고 광고합니다.
문을 두드리자 선뜻 열어줍니다.
[{JTBC 방송국이요} JTBC요? 네 들어오세요.]
논란이 된 교육부 사무관은 이곳을 다녔지만 인연이 깊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모 씨 : 이제 몇 년 전엔가 한두 번 다녀간 사람…]
'왕의 DNA'란 표현은 '아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모 씨 : 너무 실망하지 마시라. 잘 키워주면 또 그렇게 뛰어난 인물이 될 수가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이제 왕의 DNA라고…]
ADHD 즉 주의력 결핍과 과다 행동 증후군이 있는 아동을 '극우뇌'라고 표현했습니다.
[김모 씨(유튜브 강의) : 히틀러나 나폴레옹과 같은 머리를 가졌습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명령하는 머리만 있으니까요.]
우뇌가 발달한 '천재'이기 때문에 지시나 명령, 집단 수업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 (유튜브 강의) : 규칙이나 질서 요구하는 거 이것도 하지 않으셔야 해요. 영웅심이 정면으로 훼손되기 때문이죠.]
영웅심을 채워주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 (유튜브 강의) : 선생님 반에 스티브 잡스나 아인슈타인이 한 명 들어왔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정말 로또의 기회입니다.]
이런 설명 때문에 특수 아동 부모들은 이 연구소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장과 홍보만 있을 뿐 의학적 근거는 없다는 겁니다.
[김모 씨 : 우리는 의학적으로 하는 건 아니니까 그 행동이나 능력이나 이런 걸 보면 알 수 있죠.]
구체적으로 방법을 묻자 대답을 피합니다.
[김모 씨 : 일급 기밀이고 그다음에 또 그걸 가져가셔도 소용이 없는 게 분석을 못 했어요. 분석은 그건 우리만의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는 건데…]
전문가들은 근거나 실효성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평가합니다.
[김민경/일산 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부모님이 좀 이렇게 자존감을 높여주라는 표현에서는 맞지만 이게 너무 극단적이고 근거가 없으니까.]
부모들은 작은 희망이라도 찾고 싶었고 이 연구소는 그 마음을 잘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