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를 봤던 세입자들은 핵심이 빠졌다고 지적합니다. 전세를 사는 도중에 집주인이 바뀌면 이번에 나온 대책이 무용지물이란 겁니다.
오원석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임모 씨는 2년 전 서울 미아동 신축 빌라에 전세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사를 하려고 등기부등본을 떼었다가 압류라고 적힌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임씨도 모르는 새 집주인이 40대 김모 씨로 바뀌었는데, 60억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겁니다.
[임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5월에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등기부등본을 찾아봤더니 압류가 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전세사기일 수도 있겠구나…]
세무서에 물어보니, 경매로 집을 넘겨도 세금몫으로 다 가져가서 남는 돈이 없을 거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졸지에 전세금을 떼이게 된 겁니다.
알아보니 새 집주인 김모 씨는 수도권에서 빌라 1천채를 갭 투기로 사들여서 전세금을 떼먹는 걸 반복해왔습니다.
[임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 김OO이 세금을 체납한 사실을 제가 알 수도 없었고, 계속 갭투자로 빌라를 1천 채 정도를 갖게 될 거란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김씨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는 200여 명이 넘는데, 이들 가운덴 전세를 사는 도중에 집이 김씨에게 넘어간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 같은 피해자가 또 생겨도 국토부가 어제 내놓은 대책으론 막을 수 없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나쁜 집주인인지 확인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계약 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체납이 없다는 서류를 받을 수 있고, 세입자용 앱을 통해 전세금을 떼먹은 전력이 있는 집주인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하지만 전세를 사는 도중에 나쁜 집주인으로 바뀌었을 땐 무용지물입니다.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박일규/부동산 전문 변호사 : 국세체납이 많은 사람한테는 전세물건이 있는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제한한다…]
다만 이는 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집을 팔 땐 먼저 세입자에게 알리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