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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목숨 앗아간 보이스피싱…수법 날로 진화

입력 2013-12-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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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보이스피싱 범죄에 자신의 휴대전화가 이용당해,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까지 있었습니다. 7년 동안 4만 5천 명이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봤다는데, 어설픈 속임수에 어떻게 넘어갈까 싶지만, 여전히 피해자는 나오고 있습니다. 그 진원지는 대부분이 중국인데요, 갈수록 그 수법은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23일) 긴급출동에서는 보이스피싱의 덫, 취재했습니다.

박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보이스피싱(실제음성) : 고객님 되시죠? 지금 저희 쪽에서 확인해 본 결과 고객님은 보증서 발급이 충분히 가능하시고요. 대출 실행이 가능하실 겁니다. 일단 저희 쪽에서 고객님 거 조회 후에 금액과 금리 뽑아드릴 거고요.]

누가 봐도 금융기관 직원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돈된 음성.

[보이스피싱(실제음성) : 저희가 일단 본인 인증하면서 이쪽으로 신용 조회 할 건데요. 인증번호 6자리 한 번 불러주시면 되시고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도탄에 빠뜨린 악마의 목소리, 보이스피싱입니다.

광주의 한 아파트.

지난달 29일 5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졌습니다.

[인근 주민 : 보이스피싱인가 그거에 그랬는가 보더라고… ]

수소문해 집을 찾은 취재진은 부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편 편 씨가 휴대폰 명의를 빌려줬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당한 것.

[고 편 씨의 부인 : 중국 그런 데다가 국제전화를 많이 써가지고 요금이 1000만 원이 나와버렸대. 이런 억울함을 어디다… ]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편 씨가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고 편 씨의 부인 : 다 안 된대요. 그러면 살 수가 있겠어? 이 아픈 사람 데리고 다니면서…]

갚을 길이 없어 몇 달을 고민하던 편 씨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단란했던 한 가정이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고 편 씨의 부인 : 이렇게 가야 쓰겠소… 이 세상을… 우리 아저씨가 없으니까 내가 이러고 다녀야 되겠소…]

보이스피싱 피해가 처음 발생한 2006년 이후 7년 동안 피해자만 4만 5천 명, 피해액은 5천억 원에 달합니다.

[김동성 팀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쇠수사3대 : 개인의 어떤 정보라도 전화 상으로 혹은 인터넷으로 알려주길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봐야 합니다.]

[국제금융사기집단을 검거했는데요, 현장에서 김XX 명의로 된 농협은행 계좌하고 하나은행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기 때문에 연락드린 겁니다. 하나은행이거나 농협은행을 거래한 적은 있습니까? (하나은행은 없어요.)]

[다른 계좌가 발견됐을 경우에는 저희가 불법 계좌인 줄 알고 동결 정지시켜도 괜찮으시죠? (아, 그래요? 그러면 잠깐만요. 또 어디가 있었지? 우리, 국민 제일…)]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위증죄와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된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네) 집에서 간단한 인터넷 접속같은 거 가능하시죠? (네.아, 지금 컴퓨터 앞으로 가라구요?)]

중국 동포의 억양이 묻어나는 목소리.

누가 속을까 싶지만, 자신이 범죄자로 의심된다는 얘기에 34살 주부 정 모 씨는 당황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카드 대출이 이뤄졌고 1800만 원이 날아갔습니다.

[정 모 씨(34)/보이스피싱 피해 주부 : 그렇지 않으면 법적으로 나한테 불이익이 온다… 카드기 가서 시키는 대로 통화를 하면서 누르는 거예요. 이상하다 하면서도….]

취재진은 보이스피싱의 진원지를 추적해 봤습니다.

부산에 사는 피해자 24살 김 모 양이 은행에서 받은 IP주소를 조사해보니 중국 베이징으로 나옵니다.

집단 소송을 하고 있는 피해자 일부의 사례 역시 전부 중국으로 드러났습니다.

8800만 원을 뜯긴 대기업 임원 A씨의 계좌 접근 정보.

중국 베이징의 한 컴퓨터에서 지난달 30일 새벽 1시부터 5분 간격으로 손을 뻗쳐왔습니다.

그리더니 1시간 동안 4번 돈을 집어 갔습니다.

B씨의 계좌 역시 지난 10월 22일 새벽, 중국 IP가 계속 침입해 20번에 걸쳐 3400만 원을 빼갔습니다.

[이준길/변호사 : 100%가 중국 컴퓨터예요. 그렇다면 그렇게 반복되는 어이없는 사건이 있으면 당연히 이체 금지를 시켜놔야죠.]

당국은 이 같은 수상한 접근에 대비하라는 주문을 해놓은 상태.

[정기영/금융감독원 IT 보안팀장 : 금융회사들이 이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방안을 마련했었습니다.]

하지만 B씨 돈이 들어있던 증권사에 확인한 결과, 중국에서 들어온 수상한 접근을 놓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OO/OO증권 전산팀장 : 새벽에 일어난 부분이라 그것은 저희가 발견을 못 했어요. (근무자가 없었던 건가요?) 네, 근무자도 없었고요.]

지난 9월에는 본인이 지정한 컴퓨터로만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를 비웃듯, 중국의 사기범들은 자기가 예금주인 것처럼 컴퓨터를 지정한 뒤 유유히 돈을 가져갔습니다.

[이 모 씨(30)/보이스피싱 피해자 : 걔네들이 두 번을 PC등록을 했던 기록이 있더라고요. 이게 나중에 보니까 중국 IP로 나오더라고요.]

당국은 예금주가 아예 중국의 접속을 원천 차단하도록 은행에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이스피싱이 심각해지자 중국 공안당국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샤오싱시에서 90억 원대 보이스피싱 범죄단이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재판에 넘겨진 8명은 한국인.

한국인이 한국인을 뜯어내는 범죄가 중국 공안당국의 수사를 받는 국제 망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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