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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도 부르면 달려간다…CEO '쥐락펴락' 팟캐스터 누구?

입력 2024-04-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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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은행투자은행 CEO 니콜라이 탕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

노르웨이은행투자은행 CEO 니콜라이 탕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

“AI부터 시작해보죠. 우리는 지금 AI 개발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다고 보나요?”

“답이 긴데요. 음… AI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본 것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죠. 음.. 1주일도 안 돼 새로운 기술 발표가 나오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 온라인에 들어오는 AI 컴퓨터의 양을 보면 과거 10년 변화량이 6~9개월 만에 일어나고 있죠. 하드웨어와 결합해 소프트웨어의 혁신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변화의 곡선은 마치 '정신이 나간'(insane) 것처럼 보여요. 제가 보기에 내년 말이면 어떤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를 갖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AI의 능력은 5년 안에 모든 인간을 능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로 기사화 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이 발언은 지난 9일 한 진행자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라는 이름을 갖고 있죠.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최근엔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는데 구독자는 아직 1만5500명으로 저조합니다. 그럼에도 섭외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일주일 전인 지난 3일에는 마윈의 뒤를 이은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 CEO 조 차이(Joe Tsai)를 인터뷰했는데요.

“안녕하세요.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전자상거래, 디지털 결제, 클라우드 컴퓨팅,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이고 10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조 차이입니다. 기업 지분 2%를 가지고 있고 미국 농구팀 브루클린 네츠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할 얘기가 많아요.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니콜라이”

“먼저 조금 알아가면 좋겠어요. 대만에서 태어났지만 13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어요?”

“엄청난 변화였죠. 저는 (대만에서) 중국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어요. 13살 때 미국 뉴저지에 도착해서 기숙학교에 다녔는데 영어를 빨리 배우고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뭘까 생각했죠. 그래서 스포츠 활동에 많이 참여를 했고 야구팀에도 들어갔는데 잘렸죠. ㅎㅎ”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조 차이 알리바바 CEO와 인터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조 차이 알리바바 CEO와 인터뷰


팟캐스트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CEO,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CEO를 비롯해 아마존, 소니, 볼보, 아디다스 등 우리가 익숙하거나 혹은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세계 일류 기업 CEO들이 매주 한번씩 등장합니다. 챗GPT를 세상에 내놓은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이미 지난해 9월 출연하기도 했죠.


이 팟캐스트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국영 펀드 회사인 '노르웨이은행투자운용'(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CEO 니콜라이 탕겐(Nicolai Tangen)이 진행하는 겁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 회사를 통해 석유와 가스 자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글로벌 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노르웨이은행투자운용이 관리하는 자산은 지난 3월 기준 1590억 달러(218조원)에 달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금 중 하나로 규모만 우리나라 1년 예산(469조원)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애플, 네슬레,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9000여 개 주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상장 기업 지분의 1.5%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영펀드사 대표가 이런 인터뷰를 시작한 이유는 뭘까요. 탕겐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펀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진정한 투명성은 국민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CEO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57세인 탕겐 대표는 노르웨이 출신의 런던 헤지펀드 매니저를 거쳤습니다. 2020년부터 노르웨이은행투자운용 CEO를 맡았고, 팟캐스트는 2022년 3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큰 투자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국유 자산 투자의 주주는 국민이고 국민은 투자한 내용에 대해 알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신념이 바탕에 있는 걸 알 수 있죠.

때문에 그들을 대신해 기업에 질문할 권리와 자격이 있다는 판단했고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겼습니다. 이런 일들은 다른 유사 기관에선 본 적이 없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삼성이나 LG, 혹은 소니 CEO를 불러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가능할까 하고 생각해본다면 말이죠. 이는 탕겐 대표의 시도를 더 가치있게 만듭니다. 아마 세계적 CEO들이 기꺼이 인터뷰에 응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노르웨이은행투자운용 유튜브 채널로 공개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의 인터뷰

노르웨이은행투자운용 유튜브 채널로 공개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의 인터뷰


팟캐스트를 위해 탕겐 대표는 때로 기업과 사전 통화를 하고 질문을 제안받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CEO들에게 인상적이라거나 '최고'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습니다. 동시에 임원들의 보수, 이사회의 다양성 등 궁금한 것들도 물어보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느린 움직임을 꼬집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총 64개 기업 CEO가 인터뷰에 응했는데요(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기업은 없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대립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접근 방식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금융계에서 일하기 전인 1980년대 노르웨이 군 심문관으로 훈련받은 경력도 있죠.

특히 CEO들이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는 대목들도 인상적입니다. “취임 초창기에 길을 걷다가 갑자기 구토를 하고는 했습니다. (직책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인가요?) 그렇죠. 사람들은 잘 몰라요” (제임스 고먼 모건 스탠리 CEO)

장기 사업 계획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화성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인가는 화성으로 전달되는 총 톤수에 관한 문제입니다. 약 100만 톤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로켓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100톤을 화성에 착륙시키려면 1만번 비행을 해야 하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20년 안에 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몇달전 유튜브에서 사회 공헌 운동을 하고 있는 SK 재벌가 3세(돌고도네이션 이승환 대표)가 하루 일상을 공개하며 인터뷰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물론 탕겐 CEO의 인터뷰와는 다른 형식이겠지만 요즘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 본인의 목소리로 소통이 더 많아진다면 정보 격차는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겁니다. 이는 경제계만의 일도 아니죠. 정치인과 책임있는 위치의 공무원들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질수록 갈등을 풀 기회도 늘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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