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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사람까지…" 팽목항 지킨 법의학자들의 약속

입력 2024-04-16 20:06

"결코 잊을 수 없다…내 가족이 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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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잊을 수 없다…내 가족이 당할 수도"

[앵커]

참사 뒤 10년이 지났지만 희생자 5명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가족과 함께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팽목항 신원확인소의 법의학자들입니다.

신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10년 전, 가족들은 한 때 숫자로 불렸습니다.

123번, 204번 숫자가 들리면 시신 안치소로 달려갔습니다.

숫자가 불리길 바랐고, 또 불리지 않길 바랐습니다.

[얼굴을 보여줘야죠. 확인을 해야 할 것 아니에요.]

안치소에서 내 아이를 확인하는 순간, 안도했고 슬퍼했습니다.

[아버님 잠깐만, 잠깐만요.]

법의학자들은 이 모습을 오롯이 지켜봤습니다.

그게 의무였습니다.

[윤창륙/전 조선대 치의학과 교수 :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막 비비면서 절규하는 그런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어느 사건 현장에서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수색은 210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국과수 요원들과 법의학 전문가들은 이 기간 내내 24시간 희생자들을 기다렸습니다.

주민등록 지문 채취도 안 된 학생이 대부분이었고 작업은 어려웠습니다.

[임시근/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 : 고등학생들이 육안으로 보기엔 또 비슷합니다. 옷도 비슷하게 입고 머리, 헤어스타일도 비슷하고.]

시신을 헤집어서라도 신원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윤창륙/전 조선대 치의학과 교수 : 시신이나마 찾아서 정말 감사하다는 그런 얘기를 할 때 내가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아직 바다에 남은 5명을 기다리고 있고 이들을 신원을 확인하는 게 남은 임무라고 했습니다.

[임시근/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 : 언젠가 남쪽 바다에서 뼈 한 조각이라도 나오게 되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참담한 장면을 지켜본 이들, '지겹다, 이제 그만하자'는 세상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윤창륙/전 조선대 치의학과 교수 :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아니에요. 저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누구한테나 다 일어날 수 있고 내 가족이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과수가 펴낸 희생자 관리 매뉴얼을 보여줬습니다.

[임시근/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 : 우리는 아직도 당신이 거기에 있는 것을 압니다. 그러기에 마지막 한 사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아직 우리는 기다립니다.

[영상자막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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