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2일) 의미있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택배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는 택배 회사의 지시를 받지만, 택배회사와는 노동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없었습니다. 택배회사는 원청회사일 뿐이고, 택배 노동자는 형식적으로 하청인 대리점 소속이었기 때문인데요. 오늘 법원이 택배회사가 직접 택배 노동자와 교섭하라고 했습니다. 원청회사가 진짜 사장님이라고 본 겁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3월까지 택배 노동자들은 두 달 넘게 파업을 벌였습니다.
진짜 사장, 즉 원청 CJ대한통운과 대화하자고 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직접 계약한 대리점과 얘기하라며 뒤로 빠진 겁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대화를 거부한 게 부당 노동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1년이 넘게 지나 법원도 노동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청인 대리점 소속이어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계약 관계가 없어도 노동조건을 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라고 봤습니다.
[진경호/전국택배노조 위원장 : 이제 대화합시다. 교섭합시다.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을 뛰어봅시다.]
중앙노동위는 지난 달에도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과 대화를 거부한 건 부당행위라고 하는 등 세 번이나 같은 판단을 내놨습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대화할 권리는 더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조세화/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 : 간접 고용된 수많은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와 노동 조건의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폭넓게 열렸으면…]
또 원청 업체의 책임을 확대하는 법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청인 대리점들은 경영권 침해라고 반발했고, CJ대한통운은 항소하기로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