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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속 팽나무 '문화유산' 될까…'오래 살았나'보다 중요한 건

입력 2022-07-25 13:49 수정 2022-07-25 15:05

문화재위원 "드라마로 나무의 가치 재발견 감사한 일…'마을 사람들의 삶'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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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원 "드라마로 나무의 가치 재발견 감사한 일…'마을 사람들의 삶' 볼 것"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을까요.


문화재청이 창원 북부리 동부마을의 팽나무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을 지정하기 전에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절차에 따라 이르면 2달 이내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합니다. 드라마에서는 마을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의미 있는 상징물입니다. 가상의 마을 소덕동에 도로가 건설되면서 마을이 쪼개질 위기에 처하는데,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5백 년 된 이 팽나무의 역할이 컸습니다.


실제로는 소덕동이 아니라 창원 동부마을에 있는 팽나무. 나이는 5백 살, 높이는 16m나 되는 동부마을의 팽나무는 2015년 7월 보호수로 지정됐지만 천연기념물은 아닙니다.

현재 천연기념물인 팽나무는 전국에 두 그루입니다. 하나는 경북 예천군에 있는 팽나무, 또 하나는 전북 수동리에 있는 팽나무입니다. 두 나무의 공통점은 마을의 당산나무라는 점입니다. 마을의 지킴이이자 신이 깃든 나무를 뜻합니다. 단지 오래된 나무여서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나무이자 신성한 장소의 의미를 담아 천연기념물에 지정한 것으로 읽힙니다. 동부마을의 팽나무도 다른 두 천연기념물처럼 당산나무이고 10월마다 마을 주민들이 나무에 모여 제사를 지냅니다.

배우 박은빈이 직접 찍은 '소덕동 팽나무' 〈출처=박은빈 인스타그램〉배우 박은빈이 직접 찍은 '소덕동 팽나무' 〈출처=박은빈 인스타그램〉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이 없고 기쁜 날 저 나무 아래에서 잔치 한번 안 연 사람이 없고, 간절할 때 기도 한번 안 한 사람이 없다”

문화재청은 '우영우' 속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이유에 대해 단지 드라마가 화제가 됐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자연유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입니다. 2년 전 개정된 '문화유산헌장'에는 “역사·문화 환경과 자연유산을 보호한다”는 말이 포함됐는데요. 개정 전 헌장에는 자연유산이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나무를 적극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입니다. 예상 밖의 무더위, 강추위, 장마가 점점 더 심해진다면 이미 5백 년 넘은 나무를 보호할 적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처=박은빈 인스타그램〉'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처=박은빈 인스타그램〉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의 이유미 위원은 “드라마로 나무의 가치가 재발견된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얼마나 크고 오래 살았나' 보다도 지역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얽혔는지를 더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의미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 나가겠다면서 '드라마로 인한 화제성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없도록 기본적인 나무의 가치에 대해서도 살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나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마을 주민들이나 탐방객들이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이를 대신해서 묻자 이 위원은 “철저하게 분리했던 과거와 달리 공간을 문화적으로 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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