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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단체전 못 나가는 외로운 피겨 여왕

입력 2014-02-07 09:32 수정 2014-02-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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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단체전 못 나가는 외로운 피겨 여왕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은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마지막 무대다.

모두가 김연아의 화려한 마지막 여왕 대관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왕의 빛나는 이야기에 취하기 전에 냉정한 한국 피겨의 현실을 생각해 볼 만한 경기가 먼저 열린다.

소치올림픽 피겨 경기는 7일(한국시간) 단체전부터 시작했다. 여자 싱글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 김연아가 나갈 수 없는 종목이 바로 단체전이다. 단체전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피겨 강국' 자존심을 건 대결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 참가권은 2013-2014 시즌 메이저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10개국에 주어졌다.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싱까지 전종목을 두루 잘 해야 한다. 캐나다, 러시아,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독일, 우크라이나, 영국이 티켓을 따냈다.

캐나다, 미국, 러시아, 일본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지난해 남자 싱글 세계선수권 우승자 패트릭 챈을 비롯해 모든 종목에서 메달권에 근접한 선수가 있다. 아이스댄스와 페어는 각 3팀씩 출전권을 따낼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일본은 지난 시즌 국제빙상연맹(ISU)에 모두 10개의 기업이 스폰서를 맡는 등 국제 빙상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김연아의 경쟁자들은 단체전에 나서는 각오에 대해 기쁘게 인터뷰하고 있다. 6일 소치에 도착한 아사다 마오(일본)는 "단체전에 나간다면 내 힘을 발휘하고 싶다"고 했다. 애슐리 와그너(미국)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전에서는 경쟁자인 그레이시 골드(미국)와 한팀을 이룬다는 게 다소 생소하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 짜릿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반드시 단체전에서 메달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의 분위기와 빙질을 먼저 경험한다. 예행 연습을 하고 나서기 때문에 이후에 치러지는 개인전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미국 SI의 크레이그 네프 부편집장은 "피겨 단체전이라는 것 자체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생긴 생소한 개념이다. 이게 플러스 팩터일지, 마이너스 팩터일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며 "단체전 불참을 플러스로 만들지 마이너스로 만들지는 김연아의 멘털에 달려 있다"고 했다.

김연아 '밖에서는 여왕, 집에서는 소녀 가장'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환경은 극과 극이다. 일본은 피겨 대표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사다는 7일 시작하는 단체전에 참가한 뒤 20일 여자 싱글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일본빙상연맹이 전세를 낸 전용 경기장에서 훈련한다. 일본빙상연맹은 소치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한 빙상장을 빌려놓았다. 일본 교도통신의 기자는 "아사다가 전용링크에서 훈련하는 건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아주 유리하다"고 했다.

김연아는 2012년 여름 선수 복귀를 선언한 후 계속 태릉국제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곳은 한국의 피겨·스피드 스케이팅·쇼트트랙·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모두 사용한다. 피겨 대표팀이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4시간으로 한정돼 있다.

게다가 각 종목별로 이상적인 빙질이 다른데, 태릉은 아이스하키 기준인 딱딱한 빙질로 세팅됐기 때문에 피겨 선수들에게는 불편하다. 지난해 여름에는 빙상장 천장에 물이 맺히는 결로현상이 생기면서 떨어진 물에 빙판이 패여 빙질이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한국이 그나마 소치올림픽 피겨에 3명(김연아·김해진·박소연)의 선수를 내보내는 건 오로지 김연아 덕분이다. 김연아가 2013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면서 출전권 3장을 가져왔다. 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우승해서 기쁘다"는 말 대신 "덕분에 후배들이 올림픽이란 큰 무대를 경험하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한국은 여자 싱글 외의 피겨 종목은 참가권을 따지 못했다. 김연아는 12일 소치로 출발한다.

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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