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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상영 작가 "퀴어 소설 8년차…보수단체 반대? 콧등에 먼지 정도"

입력 2024-10-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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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 사진=메리크리스마스

박상영 작가.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작가 박상영은 활자로도, 영상으로도, 유쾌한 '마이웨이'다.

글에서 영상으로, 독자 혹은 관객과 대화하는 방법을 바꾼 박상영 작가. 티빙에서 공개되고 있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신인 드라마 작가로 변신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남윤수(고영)가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그리는 8부작 드라마다.

원작이 되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연작소설집에 실린 4편 전체를 원작자 박상영 작가가 극본화해 오리지널리티에 힘을 더하고, 한 편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하면서 책과는 다른 새로운 설정들을 더 했다.

원작자인 박상영은 한국에서 퀴어 문학을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 작가로, 원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부커상·국제 더블린 문학상·메디치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작품이다.

퀴어 소재라는 이유로, 작품 공개 전 일부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가 만들어진 후, 편성 확정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상영 작가는 "그 정도 반대는 콧등의 먼지 정도"라며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신인 드라마 작가로 첫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이 우리 대한민국 드라마 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을 담은 작품은 아니지 않나. 그런 것들을 선보이게 됐음에 설레는 마음이 크다. 공개하게 돼서 기쁜 마음이 가장 크다."

-흔히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어서, 공개까지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플랫폼에서도 여러 편성의 어려움이 있었다. 배우들 캐스팅에 있어서도 소재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배우가 많았다. 그런 부분의 어려움도 다른 작품과는 달랐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도 동시기에 개봉했는데.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기에 나오니 기분이 이상하더라.(웃음) 친구들은 '10월은 대도시의 달'이라고 공표했다. 하하하. 서로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둘 다 무사히 공개할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 크다."

-영화와 드라마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영화는 재희와 흥수라는 인물의 관계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있다. 여성으로서 삶의 애환이 중심인데, 드라마는 고영이라는 화자가 초점이다. 퀴어 남성의 이야기가 주된 전개 방식이다. 그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영화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상업적인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그런 재미가 두드러졌다면, 드라마는 로맨스 장르다."

-이미 너무 유명한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
"없었다. 망쳐도 내가 망친다였다.(웃음) 2016년에 등단했고, 동시기에 웹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됐다. 습작생 때부터 소설과 극본을 같이 썼다. 그래서 극본 쓰기 방식에 익숙했다. 매체에 익숙해서, 잘 이해하고 잘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확신이 있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무엇이 달랐었나.
"영화는 소설 속 70페이지 정도를 다룬다. 그래서 소설에서는 재희 일상의 이면을 보여주기엔 분량이 부족했다. 그런 것들을 훌륭히 담아냈더라. 청춘의 데일리 라이프가 잘 살아있어서, 그게 영화의 성취 같다."

-드라마는 감독이 넷이나 됐는데, 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 있었다.(웃음) 네 분의 감독과 소통해야 했고, 게다가 제작이 급작스럽게 결정됐다. 어떤 감독님과는 소통이 거의 없었고, 어떤 감독님과는 전적으로 소통했다. 어떤 회차는 거의 다 각색해서, 제 대본이 많이 남지 않았다. 어떤 회차는 제 대본을 100% 다 찍었다. 연출의 포인트도 달랐고, 소통 과정에서도 각기 달랐다."

-소통의 이견이 있었는데, 어떻게 정리했나.
"저는 감독님에게 다 맡겼다. 특히나 이런 소재에 익숙하지 않은 감독님도 분명히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탐구이지 않나. (네 명의 감독이)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려고 했다."

-남윤수 캐스팅이 신의 한수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웃음) 그가 웃으면 따라웃게 된다. 부담스럽게 깎아지른 듯한 잘생김이 아니라, 이웃에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없는 그런 잘생김이다. 친근함이 있는 마스크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제가 창조한 인물의 매력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남윤수 캐스팅을 처음 듣고 어떤 마음이었나.
"남윤수가 처음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유레카!'였다. 너무 행복했다. 저에게 무속적인 예감이 들었다. 이 배우가 물망에 올라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윤수 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게이 캐릭터로서의 고영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노력해줬다. 진짜 게이 같은 부분이 많았다.(웃음) 그게 연기자에겐 진짜 극찬 아닐까."

-남윤수의 노출신, 키스신이 많았다.
"그러게. 왜 그렇게 많이 썼을까.(웃음) 초고를 쓸 때부터 '우리 사고쳐보자'는 마음이었다. 한국땅에 없던 파격적인 그림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키스 장면, 베드신 다 넣어!' 이랬다. 하하하. 순화시킨 버전이 지금이다. 결과적으로는 청불 등급이지만, 이 정도는 '사랑의 하츄핑'이라고 생각한다. 성애적 묘사도 퀴어로서의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는 묘사이기 때문에."

-영화의 흥수와 드라마의 고영은 원작의 같은 인물인데도, 성격이 다소 다르다. 어떻게 생각하나.
"흥수 같은 경우엔 갇혀 있고 정체성을 숨기려고 하는 클로짓한 게이다. 그런 흥수의 역할에는 노상현의 마초다운 접근법이 잘 맞았겠다고 생각한다. 남윤수의 고영은 대놓고 나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드러내고 거리낌이 없는 캐릭터다. 그래서 (드라마 속 고영은) 남윤수의 해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지켜봤나.
"드라마 작가로서 첫 작품이라 내가 쓴 대사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경험이 처음이었다.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해왔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도 기뻤다. 어리고 신인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어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회차는 무엇인가.
"5, 6화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허리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홍지영 감독님이 제가 쓴 대본을 100% 이해하고 토씨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영혼이 통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찍었어도 이렇게 찍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과 규호라는 캐릭터가 사랑의 정수 같은 느낌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희노애락이 다 담겨있지 않나. 일상의 연애 온도를 그대로 담아있는 것 같아서 5,6 회를 추천드리는 바다."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인데도 남자를 만나러가는 고영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기도 하다.
"그런 부족한 부분까지도 그 캐릭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남미새이지 않나. 하하하. 근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럴 때가 있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사랑의 추락한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거다.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탐구 보고서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형에 대한 마음 때문에 엄마를 떠나버리기도 하는, 초반의 치기 어린 모습을 거쳐서 비로소 안정된 사랑을 할 수 있는 영으로 성장하는 거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책의 형태와 똑같이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즐겁고 아름다운 로맨스만 그리는 게 로맨스 판타지 공식일 수 있는데, 진짜 삶의 연애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몇몇 보수 단체의 항의 시위도 있었고, 이와 관련해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퀴어 소설 쓰는 8년차 작가다. 이런 반대가 저에게는 너무 익숙하다. 콧등에 먼지 앉은 느낌이다.(웃음) 근데 또 많은 관계자 분들이 힘들어하시니까, (SNS 글은) 앞장서서 깃발을 든 거다. 오히려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드라마 공개 후 엑스(X) 트렌딩 순위 1위다. 에스파의 '위플래시'보다 높다. 하하하. '내가 한번 연애하고 나온 기분'이라는 평을 들을 때마다 행복하다. 배우들을 사랑하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평들이 눈에 띄었다. 결말과 관련한 질문을 너무 열렬하게 보내주신다. 이런 반응들을 잘 살펴본다. 주업이 네티즌이고 부업이 작가다."

-그간 BL 장르물도 많았는데, 유독 '대도시의 사랑법'에만 이같은 항의가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
"그만큼 생생하게 현실을 담고 있어서다. 판타지로 아름답게만 포장된 극이었다면 그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 거다. 오히려 현실의 연애 온도에 맞닿아있고, 실제 퀴어의 삶에 바짝 붙어있는 작품이어서 반대하시는 분들의 타켓이 된 것 같다."

-게이 클럽에서 남윤수가 군무를 추는 장면이 화제인데.
"춤추는 장면은 제가 의도한 건 아니다.(웃음) 조금 더 귀엽게 나오길 바랐다. 다소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제가 느끼기엔, 감독님은 진짜 현실을 재현하고 싶으셨던 거 아닐까. 포장지를 벗겨내서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드라마 속 게이 캐릭터들은 왜 그렇게 티아라의 노래를 좋아하나.
"다들 연애사의 외장하드가 있지 않나. (티아라는) 연애사의 외장하드 같은, 진실하고도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하하하하. 실제로 티아라를 좋아한다. 극본 단계에서부터 강력하게 티아라의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 작품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너무 좋아한다.(웃음) 친구들도 클럽신은 '항마력 딸린다'고 하더라. 푸하하. 자기들도 그렇게 놀아놓고. 우리의 20대가 너무 생각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사극 아니냐'고 한다더라. 요즘 애들은 술도 많이 안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원래 드라마나 영화의 각본을 쓰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학이 내면의 목소리였다면, 영상은 재미를 전하는 매체이지 않나. 재미를 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있었다. 지금은 두 번째 작품을 계약했고, 대본이 몇 개 나온 상황이다. 제 원작 소설로 쓰고 있다. 오리지널로 쓸 생각도 있고, 소설가와 드라마 작가의 삶을 모두 살아가려고 한다."

-소설가로서는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드라마 작가로서는 한계가 없는 작가이고 싶다. 첫 작품을 쓸 때도 기존 시장이 가진 금기와 불문율을 깨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제작이 어려웠고, 여러 난관에 부딪혔던 것 같다. 앞으로도 한계를 두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다. 비단 퀴어만 쓰겠다는 게 아니다. 여러 금기나 시장에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그려내고 싶다."

-어떤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쓰고 있나.
"요즘엔 돈에 미친 사람들에 대해 쓰고 있다.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돈에 미치게 되었는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

-문학은 혼자만의 작업인데, 드라마나 영화는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많은 사람들이 협업하는 작업이다. 부담감의 차이가 있을 법하다.
"어떤 피드백을 받을 때 100%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들의 요구를 거의 다 받아들였다. 제작사의 말도 들으려고 했다. (제작비가) 몇십억 원인데, 그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무게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 돈 써준 사람이 손해보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BL장르와는 확실히 다른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BL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봐주시면 더 좋다. BL은 판타지화된 로맨스 장르다. 그 분들의 인식을 조금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실제 퀴어의 삶을 보시면서, 실제로 같이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든든한 동지라고 생각한다."

-기대하는 성적이 있나.
"진짜 좋아하는 분들에게, 찾아보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와 닿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걸 보고싶어하는다는 걸 느끼지 조차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이 이야기가 닿았으면 좋겠다."

-시즌2 생각도 있나.
"기회가 있으면. 시즌2 가능성은 당연히 오픈돼 있다.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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