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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입력 2024-10-21 08:01 수정 2024-10-21 10:4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8)

석탄제국발 탈석탄…한국이 나아갈 길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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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8)

석탄제국발 탈석탄…한국이 나아갈 길은? (3/4)

글로벌 에너지 이용에 있어 화석연료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석탄과 천연가스, 석유, 원자력, 그리고 재생에너지라는 주요 발전원에서 비롯된 전 세계 발전량의 최근 10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지난 2014년, 5,306TWh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3년 8,958TWh로 급증했습니다. '발전량 3위' 천연가스(2014년 5,175TWh → 2023년 6,576TWh)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부동의 1위' 석탄(2014년 9,822TWh → 2023년 10,689TWh)과의 차이는 크게 좁혀졌죠. IEA는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0,017TWh로 더욱 늘어 석탄과의 격차를 754TWh로 좁히고, 2025년엔 재생에너지 11,218TWh, 석탄 10,693TWh, 천연가스 6,690, 원자력 2,903TWh 순으로 순위의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주류화를 이끈 것은 태양광과 풍력 등 VRE(Variable Renewable Energy, 변동성 재생에너지)였습니다.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은 2014년 185TWh에서 2023년 1,598TWh로 급증했고, 올해엔 그 숫자가 무려 2,126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년새 11.5배가 되는 것입니다. 풍력의 경우, 2014년 722TWh에서 2023년 2,330TWh로 발전량이 급증했고, 올해엔 2,559TWh를 기록하며 10년새 3.5배가 되는 성장을 보일 전망입니다. IEA는 이러한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함에 따라 2025년엔 태양광 2,667TWh, 풍력 2,972TWh라는 엄청난 양의 발전량이 기록될 것으로 내다봤고요.

VRE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 발전량의 예측이 어렵고, 시시각각 변하는 간헐성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재생에너지는 유연성의 확보나 전력망 등 전력 시스템의 고도화라는 보완책과 함께, 2023년 현재 기준으로도 '석탄-재생-천연가스-원자력-석유' 순서의 발전량 순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보완책은 그저 재생에너지만을 위한 대책이라기보단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의 변화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만큼, 시장의 많은 참여자들과 학계의 많은 연구진들이 연구와 개발을 이어옴으로써 발달할 수 있었고요. R&D의 결실은 간헐성의 VRE뿐 아니라 경직성의 원자력 등 여러 무탄소 에너지원이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이러한 변화는 당장 고용과 투자라는 지표로도 드러납니다. 2020~2021년 사이,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 사이의 고용 규모에선 교차가 이뤄졌습니다. 과거 수십년간 느리지만 꾸준했던 에너지전환으로 둘 사이 고용 규모 격차는 점차 좁혀져 왔지만, 2019년에만 하더라도 화석연료(약 3,300만명)는 여전히 청정에너지(약 3,010만명) 분야보다 더 많은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이 숫자는 청정에너지 약 3,190만명, 화석연료 3,110만명으로 뒤집어졌고, 2023년엔 청정에너지 3,620만명, 화석연료 3,210만명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죠. 엔데믹과 함께 화석·청정 구분할 것 없이 에너지 수요가 늘어났던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런 고용의 변화는 이미 투자 규모라는 선행지표를 통해서도 예견됐습니다. 2024년 2월, 224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 점차 벌어지는 투자 격차〉에서 전해드렸던 것처럼, 이미 둘 사이 투자규모의 역전은 2016년에 이뤄졌습니다. 2023년엔 청정에너지 1조 7,700억달러, 화석연료 1조 500억달러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요. 이러한 에너지전환을 두고 여전히 '달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첨단 기술과는 동떨어진 원시적 사회경제체제에 머무른 나라도 아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첨단 기술 강국에서 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그 많은 재생에너지 전력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IRENA(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통계에 기반해 최근 10년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추이를 지역별로 살펴봤습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014년 1,698.3GW에서 2023년 3,864.5GW로 약 2.3배가 됐습니다. 지역별로 따졌을 때, 이러한 성장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아시아, 유럽, 그리고 북미였고요. 아시아의 경우, 설비용량이 2014년 633.1GW에서 2023년 1,959.1GW로 무려 3.1배가 됐습니다. 유럽 또한 440GW에서 785.8GW로, 북미는 287.5GW에서 527GW로 급증했죠. 특히, 아시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통계의 대부분은 중국, 북미 설비의 대부분은 미국이 차지했습니다.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약 67.9%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에 집중됐고, 중국 한 나라에 설치된 용량이 전 세계 설비용량의 37.6%에 달할 정도입니다. '친환경'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패권을 경쟁중인 세 곳이 이러한 변화를 이끈 셈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이렇게 증가한 설비들로부터 생산된 전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마찬가지로 IRENA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4년 5,304.3TWh에서 2022년 8,439.7TWh로 1.6배가 됐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통계는 집계중). 권역별로 발전량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과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아직 저개발국 및 개도국들로 구성된 만큼, 타 지역 대비 절대량 측면에선 미미한 수준입니다만, 이들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확산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의 경우, 절대적인 발전량에서도, 성장세 측면에서도 괄목할 수준의 숫자를 자랑했습니다. 2022년 기준, 아시아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3,748.6TWh)은 전 세계 재생 전력의 44.4%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발전량의 성장세를 이끈 국가 또한, 발전설비 확대를 주도했던 중국이었고요. 물론, 이러한 전례 없는 확산 속도와 발전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쓰이는 전체 전력량 자체가 엄청나게 많고, 이를 충당하는 발전원에 있어 기존 화석연료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요.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때문에, 지역별로 생산된 모든 전력 가운데 재생에너지 전력의 비중을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전 세계 기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2014년 22.2%에서 2022년 29.1%로 약 7%p 가량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봤을 때엔 평균과의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장 중동 지역의 경우, 글로벌 통계가 무색하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4년 1.8%에서 2022년 3.4%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전 세계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유럽, 중국, 북미와 달리 큰 관심을 받지 않는 남미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4년 63.2%에서 2022년 75%로,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수준을 보였죠.

유럽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4년 30.5%에서 2022년 40.5%로, 북미는 19.4%에서 27%로 각각 높아졌고,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에너지전환이 더딜 것으로만 여겨졌던 아프리카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2014년 18.1%에서 2022년 22.8%까지 높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위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해 온난화에 따른 피해가 적고, 역내 매장된 화석연료로 부를 창출하고 있는 유라시아 지역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4년 16.9%에서 2022년 23.5%로 커졌고요.

위 기간, 여전히 한 자릿수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절로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 숫자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14년 5,708GW에서 2023년 3만 504GW로 5.3배가 됐고, 발전량 또한 2014년 8,553GWh에서 2022년 45,400GWh로 5.3배가 됐지만, 절대적인 양 자체가 너무도 적을뿐더러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 또한 2014년 1.6%, 2022년 7.4%로 세계 평균은 물론, OECD 평균, G20 평균, 그리고 아시아 평균을 깎아 먹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다른 나라들은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지역이 아닌 국가 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대해 다음 주 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vs. 청정에너지…고용도 역전?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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