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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해인 "'꿈이야 생시야'했던 '베테랑2'…천만은 하늘의 뜻"

입력 2024-09-21 14:22

영화 '베테랑2' 주연 배우 정해인 인터뷰
'레전드' 빌런 조태오 이어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
"부담됐지만, 연기와 순간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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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주연 배우 정해인 인터뷰
'레전드' 빌런 조태오 이어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
"부담됐지만, 연기와 순간에만 집중했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정해인 없인 '베테랑2'도 없다.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베테랑'은 많은 고민을 안고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이미 1341만 명의 관객을 만족시킨 전편을 뛰어넘어, 새롭게 차별화에 성공해야만 했던 과제를 안았다. 이 과제의 정답은 결국 정해인이었다.

정해인은 개봉 9일간 '베테랑2'를 관람한 500만 관객을 만족하게 한 일등공신이다. 2015년의 조태오를 넘어, 2024년의 빌런 박선우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과 표정, 선과 악을 넘나드는 마스크, 누군가 특기를 물어보면 자신 있게 액션이라 답해도 될 정도의 열연까지. '베테랑2'를 통해 정해인은 터닝포인트를 제대로 맞이했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고대하던 작품을 선보인다.
"설레기도 한데 심판대에 올라가는 느낌도 있다.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아니라, 관객 분들이 해주시는 거니까.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서, 실망하지 않으실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다."

-칸에서 먼저 영화를 봤을 텐데.
"칸에서는 긴장해서 제대로 영화를 못 즐겼다. 사운드가 좋은 곳에서 다시 보니 또 다르더라. 영화가 더 풍성해졌더라. 칸 극장은 큰데 사운드가 아쉬웠다."

-본인 모습이 어떻게 담긴 것 같나.
"감독님이 원했던 모습이 카메라에 잘 보인 것 같다. 현장에서 리액션을 줘서, 잘하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빌런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는데.
"'영화가 공개되면 아시겠지'라는 생각이 있었고, 제가 빌런인지 아닌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부터 감사한 일이다. 어느 정도 제가 인지도가 있어서 빌런이라고 생각하셨을 거란 걸 알고 있다. 더 신인이었으면 빌런이라는 생각을 안 하셨을 거다.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류승완 감독은 현장에서 어떤 디렉팅을 했나.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기본적으로 박선우라는 인물이 가지고 가야 할분위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존재만으로 불쾌함을 줬으면 좋겠다였다. 근데 그게 배우들에겐 아니었다. 감독님에게만이었다. 초반엔 배우들에겐 티가 안 나야 하고 저와 감독님만 아는 수신호가 있었다. 박선우가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무 과장되게 연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편이 워낙 흥행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부담감은 분명히 있었다. 전작이 워낙 잘 돼서,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캐릭터에 관해서는 부담 없었다. 1, 2편은 이야기가 다르고 전개 방식이 다르다. 빌런의 결도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현장에 와서 분장하고 옷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서면 그 부담감은 느끼지 못했다. 연기에만 집중하고, 순간에만 몰두했다."

-조태오와 박선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조태오는 절대 악이다. 발산하는 불같은 성질의 빌런이다. 박선우는 악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혼돈 그 자체다. 혼란과 혼돈 그 자체고, 굳이 설명하자면 차가움에 가깝다. 파란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선우의 전사를 생각했나.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님에게도 질문을 많이 했다. 어떻게 이 캐릭터를 빌드업하고 채워나가며 연기할지 질문했다. 그럴 때마다 그 순간에만 집중하고, 현상에만 집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박선우란 인물에게 서사가 생길수록,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걷어내고 연기했다."

-박선우 행동의 동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박선우는 나르시시스트이기도 하고 소시오패스이기도 하다. 두 성향이 합쳐진 것 같다. 관종 기도 있고, 목적과 방향을 이루고자 상대방을 도구로 이용한다. 계획이 틀어지거나 맘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가 터져 나오는 반사회적인 면모도 있다. 사회성이 결여됐는데, 그걸 가면으로 숨기고 있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액션이 거칠었다.
"액션은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힘들었던 건 추위다. 한겨울에 액션을 하는 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 너무 답답함도 있었다. 다행히 화면에는 잘 나온 것 같다.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출연 제의를 처음 들었을 때가 기억나나.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카페에서 쉬고 있었는데, '재미난 걸 같이 해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라고 하더라. 그 자리에 감독님이 있었고, '우리가 하려는 일이 '베테랑2''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간 게 아니다. 감독님 만났을 때도 시나리오가 완성본이 나온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3시간 가까이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으로 대본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역할을 정확하게는 몰랐다. 듣자마자는 기뻤고, 갑자기 몰려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근데 제가 하는 일이 부담이 안 되는 일은 없으니까. 너무 감사한 일인 거다."

-황정민은 어땠나.
"(황정민과의) 첫 촬영이 엄청 기다려졌다. 설렜고 약간은 두려웠다. 감사하게 첫 촬영 끝나고서, 황정민 선배님이 '가서 국밥에 소주나 한잔하자'고 하더라.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24시간 국밥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게 저에게는 감사한 기억으로 남았다. (황정민에게) 에너지를 받았다. 배우들은 자기 연기할 때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끄집어내서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상대방이 연기할 때는 살짝 힘을 빼기도 하는데, 황정민 선배님은 카메라에 안 걸리는데도, 제가 찍을 때 카메라 밖에서 열연하는 거다. 그런 걸 보면서 자신도 많이 반성했다. 연기를 저보다 한참 많이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배웠다. 저도 30년 이상 연기를 한다면, 나중에 후배와 작품했을 때 저 모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민은 '정해인이 국화 같다'고 칭찬하던데.
"선배님이 되게 솔직하다. 정도 많고 츤데레다. 툭툭 뱉는 것 같은데 그 안에 따뜻한 정이 있다. 엄청 섬세하다. 그걸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 정말 따뜻하다는 걸. 처음엔 어느 정도 겁먹고 들어왔다. 혼자만의 노파심이 있었는데, 그게 첫 촬영 날 바로 없어졌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동공 연기가 돋보였다.
"타이트한 앵글이 들어오다 보니까, 거울을 가장 많이 들여다본 작품이었다. 평소 거울을 잘 안 본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엔 중요했던 것 같다. 조금의 시선 처리와 방향과, 눈을몇 번 깜빡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가까이서 거울을 보며 연기했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시선의 머무름이다. 분석하고 자료를 찾다 보니까, 사람을 몇 초 이상 쳐다보게 되면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

-류승완 감독은 어땠나.
"일도 영화 취미도 영화인 분이다. 영화를 소재로 감독님과 밤새 이야기할 수 있다. 열정이 어마어마하다. 웬만한 액션은 가능할 정도로 몸을 잘 쓴다. 저에게도 직접 자세를 보여주며 디렉팅을 줄 때가 있었다. 배우들이 가진 컬러와 장점을 알고 있어서, 그걸 끄집어내 줘서 감사하다. 배우들도 기분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박선우는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나.
"궁금증이 나오는 캐릭터로 남았으면 좋겠다. '왜 저런 거지? 나쁜 사람은 왜 죽이고, 좋은 사람은 왜 죽이려고 한 거지' 이런 궁금증이 남았으면 한다."

-천만의 기운이 느껴지나.
"그건 하늘의 뜻이다. 지금부터라도 기도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기도 한다. 스스로 기대하면 실망할 때 마음이 아프니까,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가 되면 기뻐하면 되는 것이고. 기대를 너무 하면 낙차가 너무 커진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분량이 적었는데도 '서울의 봄' 당시 이슈가 엄청났다.
"분량이 적었기 때문에 더 이슈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분량이 많았으면 그 정도의 이슈가 됐을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다시 그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갔다는 사실이 기뻤다. 유족 인터뷰도 봤다. 그 반응이 제일 좋았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작품에서 유니폼을 입으면 대박이 나는데.
"이상하게 나랏밥 먹는 작품이 사랑받았던 것 같다.(웃음) 기존에 갖고 있던 정해인이란 사람에 대해서 그런 이미지로 봐주시는 거 아닐까. 특별하게 뭘 한 게 없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게 많이 바뀌지 않을까."

-'베테랑2'는 다음 시리즈를 예고하고 연기한 건가.
"(3편이) 만들어진다면 발 빠르게 달려갈 거다.(웃음)"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에서도 활약 중인데, 정소민과 케미가 좋다.
"정소민과는 나이 차가 한살 밖에 안 난다. 설정상 소꿉친구이다 보니, 저희가 친해지지 않으면 불편한 모습이 나올 것 같았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다 같이 친하게 지냈다. 둘 다 외향적인 사람은 아닌데, 내향인들이 친해지면 그 바이브가 있다. 너무 편해진 건 사실이고, 소꿉친구의 바이브가 나오게 됐다."

-정소민과 실제로 사귀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는데.
"그 정도로 케미가 좋았나 보다. 드라마 홍보 콘텐트가몇 개 있는데, 거기서 케미가 좋아 보인다는 말이 나와서 그러는 것 같다. 그만큼 현장에서 정말 케미가 좋았다."
배우 정해인.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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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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