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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밤녀' 이어 '아없숲'까지 이정은, 이번에도 이름값 증명

입력 2024-09-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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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이정은, 넷플릭스 제공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이정은,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정은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또 한 번 이름값을 증명했다.


지난 8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다.

이정은은 남다른 촉으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사건을 파헤치는 강력반 에이스 출신의 파출소장 윤보민 역을 맡았다. 보민은 사건을 일종의 놀이처럼 생각해 해결하는 술래 감각을 지닌 인물이다. 딸과 함께 삶의 휴식이 필요해 서울 강력반을 떠나 파출소장에 지원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김윤석(영하)을 둘러싼 수상한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관찰자인 동시에 과거의 윤계상(상준)과 현재의 김윤석을 잇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 중 윤보민은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형사의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다. 본능적으로 범죄에 이끌리지만 경력을 쌓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한 모습. 이는 긴박한 상황 속 김윤석에게 범인보다는 딸의 안전이 우선이라고 설득시키는 장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범인을 잡지 않는다는 점에서 클리셰를 깨는 형사의 모습 같지만 주도 면밀하게 지켜보고 절제된 감정을 드러낸, 생활감이 더해진 모습은 어딘가 현실 속 인간적인 형사와 닿아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이정은, 넷플릭스 제공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이정은, 넷플릭스 제공


모완일 감독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보민이란 캐릭터에 대해 "언제나 극단적인 호감과 신뢰가 샘솟는다. 사람을 잘 그린 후에 형사의 설정을 얹으면 보다 살아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정은) 선배님이 표현한 그 정서를 작품 내에 설명하지 않을 거라, 선배님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이 보민에게 의문을 품지 않게 해달라고 미안해하며 디렉션을 건넨 적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여러 정보를 나열하여 설명하기보단 여러 정보의 조각을 시청자가 완성시키는 형태의 방식을 택한 작품이다. 윤보민이란 인물의 부연설명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베일 벗은 작품 속 이정은이 촘촘히 쌓아 올린 감정을 쫓다 보면 어느새 보민의 마음을 보고 느끼게 된다. 그의 치밀한 연기 덕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과 땀자국 난 면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년 형사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또 이정은은 대사의 완급을 능수능란하게 주도하며 윽박지르는 고민시(성아) 앞에서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할 말을 쏟아내고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랭함으로 순간의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어떠한 장치 없이 오직 연기만으로 생활감이 더해진 형사를 표현한 이정은이었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정평이 난 연기력의 이정은은 전작인 JTBC 주말극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통해 헐렁하게 연기하며 쉴 새 없이 내뿜었던 사랑스러움에 이어 이번 작품에선 촘촘하고도 밀도 있는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견인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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