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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살아파트' 원인 밝혀져…부실 시공·설계, LH 업무태만

입력 2024-08-08 18:03 수정 2024-08-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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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로 촉발된 '순살아파트' 사태 배경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업무 태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8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감사 결과 LH는 인천 검단 등 102개 지구에 무량판구조 주차장 공법을 적용했는데, 그중 23개 지구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구조 건설 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바닥 판)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공법입니다. 그만큼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잘 감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LH는 무량판구조 시공 경험이 없는 시공사에 전단보강근 설치 필요성과 시공 방법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습니다.

또 구조 지침과 도면을 비교하면 부실시공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무량판 구조 설계 용역 과정에서 건축사무소가 미승인 업체에 하도급·재하도급을 하면서 철근이 도면에서 누락되는 등 부실 설계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품권·골프 접대까지…LH 직원과 전관 업체의 유착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번 감사에서는 LH와 LH 출신이 있는 '전관 업체'들 사이의 유착 관계도 드러났습니다.

LH는 전관 업체의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기도 했습니다.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인 전관 업체의 경우에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검토를 소홀히 해 이를 미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H 현장감독자 A씨는 직무 관련 전관 업체로부터 8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아 명품 가방 등을 구매하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또 2019~2023년 LH에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전관들과 4번에 걸쳐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골프 여행을 하고도 부서장 등에게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LH 임직원 행동 강령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퇴직 후 2년이 안 된 퇴직자와 골프·여행 등 사적 접촉을 할 수 없고, 부득이한 경우 소속 부서장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A씨는 이런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이외에도 또 다른 LH 현장감독 세 명은 직무 관련 업체의 전관과 3년 동안 각각 30차례 넘게 골프를 치며 수십만원 상당의 할인 혜택과 식사 등 향응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업무를 태만하게 한 LH 관련자 24명, 직무 관련자와 유착하거나 특혜를 제공한 9명에 대해 문책과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또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2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감사원은 "이번 사항이 사회적 관심이 크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임을 고려해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LH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유착에 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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