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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놀아여' 쉽지 않았다" 외쳤지만 '新로코킹' 된 엄태구

입력 2024-08-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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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TEAMHOPE(팀호프) 제공

엄태구, TEAMHOPE(팀호프) 제공

배우 엄태구(40)가 JTBC 수목극 '놀아주는 여자'를 통해 데뷔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성과는 대단했다. TV-OTT 화제성 부문 5주 연속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배우 브랜드평판 7월 1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서 110여 개 국가 시청자 수 기준 1위를 기록, 미국, 브라질, 영국 등 59개 국가에서 6주 연속 1위에 올랐고, 미국, 브라질, 영국, 뉴질랜드 등 110여 개 국가에서 시청자 수 기준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심엔 지금까지 장르물, 특히 누아르가 적성인 줄 알았던 엄태구가 있었다.


극 중 조폭 출신이라 겉으로는 차갑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넓은 아량으로 직원들을 감싸고, 과거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서지환 역을 맡았다. 사랑에 있어선 한 번도 경험이 없다 보니 서툴기 짝이 없는 모태 솔로로 겉모습과 다른 반전의 소년 같은 순수함을 자랑했다. 데뷔 17년 만에 첫 로맨틱 코미디로 터닝 포인트를 맞은 엄태구. 드라마 '구해줘2' 이후 5년 만에 가진 종영 인터뷰 자리에서도 수줍지만 조용조용하게 말을 건네는 특유의 귀여운 매력으로 수놓았다.

-종영 소감은.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온라인상에 많은 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누아르 금지'다.(웃음)"

-로맨틱 코미디 첫 도전이었다.

"평소보다 현장에서 몇 배로 업 시키는 것들이 쉽지 않았다. 대사도 많아 외워야 하니까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표현하기 민망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나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되니까 어떻게 해서든 해내려고 했다."

-도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구해줘2'나 '낙원의 밤', '홈타운' 같이 어두운 작품들을 하다 보니 밝은 걸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놀아주는 여자' 대본이 왔다.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대본이 무해하고 재밌었다. 처음 읽었을 때 귀엽게 느껴졌는데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엔 어려웠겠지만 편해진 순간이 있었나.

"8개월 내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약간 편안해지려고 하는 느낌은 예를 들어 바람 부는 장면 찍을 때 처음 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테이크를 반복하니 세트장 자체가 밀폐되어 있어 나중엔 약간 취한 듯한 느낌이 들어 괜찮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은 항상 어려웠던 것 같다."

-서지환의 캐릭터를 봤을 때 어떤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나. 실제 모습과 비교한다면.

"은하 앞에서와 일할 때 모습이 많이 다르지 않나. 그게 약간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실제 나도 가족이랑 있을 때, 친한 친구랑 있을 때, 일할 때 모습이 좀 다른 것 같다. 가족과 있을 때 업 되거나 발랄하기보다는 말수가 많지 않은 것 같고, 진짜 어렸을 때부터 친한 오랜 친구랑 있을 때 수다 하며 재밌게 놀고 그런 것 같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서지환처럼) 애교가 많지는 않다. 약간 오글거리는 건 잘 못한다. 나와 비슷한 결이 있긴 하지만 모태 솔로는 아니다. 연애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모태 솔로는 아니다.(웃음)"

-촬영하며 '현타'가 온 순간이 있었나.

"많은 부분에서 현타가 온 순간들이 있지만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건 바람 부는 장면이다. 바람이 불면 멋있는 척하면서 등장하는 장면인데 그때가 드라마 한 5개월 정도 찍었을 때인데도 새롭고 긴장되고 그랬다. 애정신에선 그거와는 다른 색으로 뻘쭘한 그런 느낌이 있었다."
엄태구, TEAMHOPE(팀호프) 제공

엄태구, TEAMHOPE(팀호프) 제공


-파트너 한선화, 권율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구해줘2' 때 같이 했었어서 초반에 어색하고 그런 거 없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연기를 워낙 잘하는 배우이지 않나. 연기할 때 호흡이 좋았다. 선화 씨는 집중력, 순발력이 대단한 배우였다. 난 약간 헤매면 테이크를 여러 번 가기도 하는데 한선화 배우는 한, 두 테이크 안에 딱 만들어내더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권율 형 같은 경우는 영화 '잉투비(2013)'를 같이 했었어서 이번에 만났을 때 좀 더 깊게 친해졌고,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목마른 사슴즈는 어떤 존재였나.

"연기할 때도 그랬고 모니터 보면서도 그랬고 서지환이 침울해 있을 때 항상 재밌게 해주지 않나. 보면서도 다행이다,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이건 작품마다 항상 고민하고 해내고 싶어 하는 부분인데 매 순간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도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대본을 계속 보면서 '이런 말을 왜 하지?' 캐릭터에 대해 분석을 하고 또 했다. 근데 진짜 코미디 연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하려고 했다."

-5주 연속 TV-OTT 출연자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진짜 너무 감사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나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본 분들이 재밌게 본 것에 대해 스스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던 것 같다. 내 연기에 자신도, 확신도 없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하고자 했는데 편집본을 보면서 하는 건 아니니까 완성된 걸 보지 못해서 괜찮을까 싶었다."

-해외 반응도 좋았다.

"크게 막 체감하지는 못했는데 며칠 전에 인도네시아 팬분들이 편지랑 꽃다발, 간식들을 보내줬다. 그때 좀 더 실감이 났던 것 같다."

-밝은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밝고 무해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어 인터뷰할 때마다 하고 싶다고 했었다. 독립영화에선 밝은 걸 좀 했었는데 드라마나 상업영화 중엔 '놀아주는 여자'가 처음이었다."

-시청자 입장으로 드라마를 어떻게 봤나.

"일단 꼭 두 번씩 봤다. 첫 번째는 내 연기 때문에 불안해서 잘 못 보고 두 번째는 정신 차리고 보려고 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께 형이랑 형수를 만났는데 형수가 형이 드라마 보는 반응이 담긴 사진을 찍고, 형은 형수 반응 찍어 보냈는데 형은 인상 쓰면서 안 쳐다보려고 하더라. 형수는 눈물 닦고 있는 모습을 봤다. 무엇보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일단 아들이 밝은 모습으로 연기하는 거, TV에 나오는 걸 좋아해서 계속 JTBC만 틀어놓고 있더라. 그래서 좋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을 앞두고 있다.

"걱정했던 것보다 긴장이 덜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좀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궁금하다. 되게 정신이 없었다. 양쪽에서 두 선배님(유재석, 조세호)들이 잘해줬는데 내가 처음이다 보니 적응을 잘.. 두 번째 나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응할 때쯤 끝난 것 같다."

-'놀아주는 여자' 이후 달라진 변화가 있나.

"일적으로는 크게 아직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간 건 좀 다른 것 같다. 작품을 좋게 봐준 분들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놀아주는 여자'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감사한 작품이다. 그래서 더 시청해 준 분들께, 좋게 봐준 것들에 더 위안이 되고 힘이 된 것 같다."

-연예계 대표 '샤이 가이'로 유명하다. 샤이한 성격이 연예계 일을 하는 부분에 있어 어렵지는 않았나.

"지금도 편한 건 아니지만 초반엔 더 어려웠다. 깨 보려고 했는데 더 어색해지더라. 그런 과정들이 많았다.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어색해하면 연기할 때도 어색한 게 남아서 쉽지 않았는데 tvN '바퀴 달린 집'(2020)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날도 촬영하고 나서 되게 말을 못 해서 속상했는데 편집을 잘해준 것도 있지만 그 모습을 많은 분이 좋아해 줬다. 그래서 이 모습이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 힘과 용기를 얻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촬영할 때도 밝아졌다는 말을 듣곤 했다."

-종일 말을 안 한 적도 있나. 목격담이 있었다.

"누구랑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 한마디 안 했을 수도 있다.(웃음) 말을 많이 할 때는 한다. 1대 1로 친한 친구랑 있을 때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카카오톡은 지금도 하지 않고 있나.

"지금도 안 한다. 문자만 하는데 큰 어려움을 못 느끼고 있다. 그리고 할 말 있으면 전화를 하는 편이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나 때문에 불편하니까 '해야 하나?'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고민하다가 메일로 받고 있다. 팬분들께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지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서 SNS 계정 개설을 두고 회사와 얘기를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팬미팅 같은 것들도 얘기 중이다."

-쓴 걸 잘 못 먹어서 바닐라 라테를 즐겨 마신다고 하더라.

"일단 예전엔 카페인을 많이 먹어도 잘 잤는데 요즘엔 카페인을 먹으면 잘 못 자서 디카페인 바닐라 라테로 바꿨다."

-결혼식 축사 영상이 화제였다.

"2011년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소개팅 시켜줬다. 둘 다 너무 좋은 사람이니 만나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둘이 이번에 결혼을 해서 축사를 하게 됐다. 사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때보다 더 떨었다. 손이 막 계속 떨리더라. 내 얘길 하거나 축사를 하거나 그럴 땐 (떨리는 걸 막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연기는 직업이라 익숙해졌는지 처한 상황과 앞에 있는 사람에 집중하다 보면 떨리는 게 괜찮아지는 것 같다."

-엄태구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인가.

"직업이니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의 '현타'보다 나중에 봤을 때 괴로운 게 더 힘든 것 같다. 그 순간에 진심으로 해야 부끄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야 나중에 봐도 안심이 되고 잘 표현됐을 때 기분이 좋다. 어렸을 때는 (이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를) 많이 했던 것 같고 요즘은 그래도 좀 잘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난 혼자 준비하는 것이지 않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하니 어느 순간 감사하게 생각되더라."
엄태구, TEAMHOPE(팀호프) 제공

엄태구, TEAMHOPE(팀호프) 제공


-요즘 고민은.

"일단 두 개가 떠오른다. 하나는 '다음 작품을 뭘 하게 될까?'랑 또 하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취미는.

"요새 운동을 열심히 한다. 재활로 시작했다가 운동하면서 덜 아파져서 헬스를 하고 있다."

-인간 엄태구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나.

"배우란 것 자체가 많은 분들이 봐주는 직업이니까 이와 삶은 평범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살고 싶다."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자신은 없지만 앞으로 또 (로코를) 할 생각이 있다. 또 해보고 싶다. 그리고 멜로도 해보고 싶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잔잔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좋고 재밌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런 작품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TEAMHOPE(팀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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