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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21억 혈세' 파크골프장 침수…주민들은 "거봐라"

입력 2024-07-24 20:34 수정 2024-07-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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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남 금산군 한 공공 체육시설이 21억원을 들여 확장 공사를 벌였는데, 이게 집중호우로 엉망이 됐습니다. 문제는 주민들이 이런 침수 위험 때문에 공사를 반대해 왔다는 겁니다. 주민들 우려대로 예산만 낭비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밀착카메라 송우영 기자입니다.

[기자]

집중 호우로 넘쳐버린 하천에 완전히 잠긴 이곳.

원래는 생활체육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공시설이었는데, 지난 달 금산군이 예산 21억원을 들여 확장 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사가 끝나고 딱 2주 만에 이렇게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겁니다.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렇게 강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여름만 되면 상습 침수 구역이라고 알고 있는 곳입니다.

올해도 토사에 휩쓸려 내려가면서 이곳에 심어뒀던 잔디들이 지금 다 떠내려간 상태고요.

또 바닥을 보면 이렇게 강에서 떠내려온 걸로 보이는 자갈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2주 가까이 지났지만, 물이 아직도 빠지지 않아서 곳곳은 진흙탕으로 변한 상태입니다.

흡사 모래사장처럼 변했고, 쓰레기들도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부러진 나무와 타이어, 고기잡이용 어망도 보입니다.

버려진 '골프장 깃발'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여기가 파크골프장이었다는 걸 알기 어려웠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얼마나 많은 토사가 떠내려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땅을 파봤습니다.

제가 10㎝ 이상 파봤더니요. 그 밑에 잔디가 이렇게 파묻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많이 내린 비로 '어쩔 수 없는 피해'였던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금산군이 21억원을 들인 확장공사를 하기 전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침수 위험이 크다"며 공사를 말렸습니다.

[조준권/충남 금산군 추부면 : (비 많이 오면) 분명히 못 쓰게 된다(고 했는데) 예측한 대로 맞아떨어진 거지. 또 여기 주변 사람들도, 주민들도 그런 식으로 계속적으로 이야기 해왔고. {그렇게 미리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했으니까?} 그렇죠.]

[파크골프장 이용자 : 용담댐 물 방류할 때 그럴 때는 문제가 되죠.]

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금산군이 무리하게 파크 골프장 확장 공사를 밀어 붙였다는 추정도 나옵니다.

[조준권/충남 금산군 추부면 : 이거 2억원이 아니라 21억8천만원이라 약 22억원 돈인데. 군수는 표를 의식해서 결국은 애꿎은 혈세가 떠내려가게 된 거죠.]

취재진이 금산군청에 왜 이런 의사 결정을 했는지 묻자, '이용자들이 강하게 원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금산군 관계자 : 파크골프 협회에서 이제 부지 사용이 이제 회원들이 어렵다 보니까 빨리 지어 달라고 요청을 좀 강력히 하셨어요. 사업하면서 침수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서 거기다 추진한 건 아니고…]

기왕 돈 들여 만든 곳이니 복구라도 빨리 해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파크골프장 이용자 : 지금 장비고 뭐고 전부 이 농경지 수해 난 데 그런 데 지금 투입이 돼서 여기 올 수가 없어. 와도 또 욕먹지. 오늘 아침도 한 (회원) 50명 나와서 그 돌멩이 줍고 저기도 다 잔디 막 때우고 자발적으로 (복구)하는 거야.]

직접 확인해보니 쌓여있는 흙 아래 살릴 수 있는 잔디가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습니다.

상습 침수 구역이라는 걸 알고도 파크골프장을 설치한 대가는 결국 수십억원의 예산 낭비로 이어졌습니다.

복구 작업이 시작되긴 했지만 어쩌면 장마철마다 매년 침수되는 골프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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