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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력하는 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 "연기는 각자의 예술성이 있어"

입력 2024-06-30 19:11 수정 2024-06-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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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뉴스룸 / 진행 : 안나경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한다. 우리나라 연기 역사의 산증인이시죠 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 선생님을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예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90세가 되셨다고…

[배우/이순재 : 그렇죠. 어떻게 그렇게 됐다고. 됐네요. 뭐]

[앵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거를 몸소 보여주고 계신 것 같아요.

[배우/이순재 : 아이고 뭐 다행히 그래도 이제 건강이 조금 유지가 돼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겁니다.]

[앵커]

연기 처음 시작하셨을 때 지금 이 연세까지 하실 거라고 꿈꿔오셨을까요? 

[배우/이순재 : 전혀 그런 전제가 없죠. 오래 살다 보니까 90까지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 직종이 그렇기 때문에 판 벌려놓으면 힘이 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 쓰러졌다가도 현장 가면 벌떡 일어나서 일하게 돼 있는 거예요. 그게 나는 직업적 속성이다 이렇게 난 보고 있는 겁니다.]

[앵커]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배우/이순재 : 아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우리 동료들도 다 마찬가지고]

[앵커]

최근에 이제 또 한 번 화제가 됐던 게 백상예술대상에서 특별 무대를 보여주셨잖아요. 그런데 후배들이 다 일어나서 기립박수 치고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도 있었고 선생님께서는 그때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배우/이순재 : 어 난 뭐 그 정확하게 판단을 못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지금 백내장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돼가지고 조금 시력이 떨어지는데. 그건 뭐 이제 늙은 배우가 하나 올라갔으니까 일종의 동정심도 생겼고 뭐 이런 요인들이 아니었나 {존경심이겠죠.} 특히 우리 유연석 군하고는 저하고 사제지간입니다. 세종대학교 때 내가 교수로 있을 때 같이 작품도 했고 그런 인연 때문에 아마 그런 옛날 생각이 나가지고 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감회가 참 남달랐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 무대에서 하신 말씀 중에 '나는 그저 열심히 한 배우다'라고 말씀하신 게 참 울림이 깊게 가더라고요.

[배우/이순재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뭐 이렇게 돋보이는 배우가 아니었거든요. 버티고 유지하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도 제대로 평가를 받을까 말까 하는 건데.]

[앵커]

그러니까 한 평생 연기를 했는데도 여전히 모자라고 쉽지 않다. {쉽지 않죠} 그런 말씀.

[배우/이순재 : 예술 창작이라는 게 물론 그때그때 위대한 예술가들이 있을 뿐이지 그게 그 분야의 끝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예술의 창조 영역은 무한하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고 완성도 없고 끝도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아무리 연기를 열심히 해도 '아 그 친구 곧잘 잘했네' 이 정도지 '어 저게 연기가 끝이다' 이건 아니라는 얘기예요. A라는 배우가 하는 거하고 B란 배우가 하는 게 표현이 달라요. 그건 그 나름대로의 자기의 예술성이 있단 말이에요. 자기 창작력 창조력이 있는 거예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겁니다.]

[앵커]

해마다 연극을 해오고 계세요. 이번에 새로 하시는 게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배우/이순재 : 네 6.25 때 생겼던 전쟁 그다음에 거기서 생겼던 이산가족들. 그다음에 거기서 생겼던 전쟁고아. 이것을 한 여주인공을 통해서 또 그 생애를 통해서 다룬 연극입니다.]

[앵커]

이번에 하신 연극을 통해서 혹시 관객분들이 좀 느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배우/이순재 : 나는 그거예요. 자유민주주의… 이 소중함이 얼마나 귀한가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자는 얘기야.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6.25를 당했기 때문에 {그러니까요 겪으셨잖아요} 잘 압니다. 직접 목격을 했고 내가 피난도 겨울피난 여름피난 가족들하고 다 다니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목격을 했는데 이건 정말 민족사에 영원히 씻기지 않을 비극이에요.우선 남자들 젊은 친구들 다 잡아가지고 의용군으로 끌고 갔다고. 내가 고1 때 6.25가 났으니까 그 후에 고등학교 과정이 다 날아가 버렸다고요. 그러니까 가장 꿈 많고 낭만적인 시절을 날려버린 거예요.]

[앵커] 

쭉 이제 연기 생활을 69년 해오셨나요? {네} 해오시면서 지켜오신 선생님만의 연기 철학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배우/이순재 : 우선 시간을 지켜야 되겠다는 거예요. 미리 가서 준비하는 거야. 내걸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리 가서 대본보고 열심히 하는 거 그리고 그다음에 우리는 옛날 배우들은 우리가 뭐 '거침없이 하이킥'할 때도 마찬가지만 나문희 씨랑 나랑 계속해서 대사를 맞춥니다. 밥 먹고 와서 딴 짓 하는 게 아니에요. 계속 맞춰가지고 슛 들어가면 노 NG로 탁 끝내는 거예요.]

[앵커] 

'거침없이 하이킥' 하니까 또 생각나는 야동순재가 또 생각이 나는데 이순재 선생님이나 뭐 신구 선생님이나 그런 약간 실버 시트콤 같은 프로그램 작품이 나오면 또 좋지 않을까

[배우/이순재 : 아니 아니 JTBC도 그런 걸 하라니까 그래 늙은이 시트콤을 한번 하자는 얘기야 {했으면 좋겠어요.} 신구 나 박근형 다 있잖아.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안 하냐 이거야]

[앵커] 

꼭 보고 싶어요. 왜 안 합니까?

[배우/이순재 : 그 늙은이들 해놓으면  그게 할아버지로 존재하면 가족들이 세 가족이 생기지 않냐 이거예요. 거기서 여러 가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나오는 거 {맞아요.} 애환이 다 펼쳐질 수, 얼마든지 울리고 웃길 수 있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야. {꼭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역량에 달렸지만. 그런 거 한번 시도해 보시면 좋을텐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괜찮아요.]

[앵커] 

이렇게 작업하시다가 괜찮은 후배가 보이면 자네 평생 하는 거야 {그렇죠} 이렇게 말씀해 주신다고 하던데 최근에 그런 말을 해줬던 후배가 있을까요? 

[배우/이순재 : 요즘은 뭐 다 잘 돌아가기 때문에 그 얘기할 필요가 없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하다 보면 정확하게 제대로 하는 친구가 있고 건성으로 하는 친구 두 가지가 구분이 됩니다. 근데 평생 할 수 없는 배우들이 많아요. 한때 하다가 끝나. 왜냐하면 그 순간에 정착해버린 거예요. {안주하게 되는} 우리가 드라마를 하나 잘 걸리게 되면 뜬단 말이에요. 뜨면 거기에 연연하고 있는 거야. 거기에 매달려 있는 거예요. 그걸로 평생을 이어가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건 그걸로 끝나는 거라고 그다음에 전혀 다른 역할이니까 다른 역할을 만들기 위해서 변신을 하고 새롭게 시작을 해야 될 건데 거기에 매달린 친구들이 있었어요.]

[앵커] 

그런 후배들이 있으면 따끔하게 야단 쳐주셨어요?

[배우/이순재 : 엄격하게 선배들이 앞에서 정형을 보이니까 자기들이 보고 따라오게 돼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고는 거기서 버틸 수가 없으니까 뭐 욕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다 모델로 우리들이 해 배우면 자기들이 와서 따라서 하게 되고 거기서 좋은 배우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앵커] 

지금 많은 후배들한테 선생님 같은 좋은 선배가 있듯이 선생님한테도 그런 연기 초창기 시절에 그런 존재가 있었을까요?

[배우/이순재 : 얼마든지요 우리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셨지 않습니까? 직접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음으로 양으로 우리한테 미친 영향들. 그 양반들의 예술 정신. 그분들의 피와 땀이 바탕이 돼서 오늘 이게 이루어지는 겁니다.]

[앵커] 

그 말씀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배우/이순재 : 우리는 이제 그 중간 단계고]

[앵커]

다시 태어나도 배우 하실 건가요?

[배우/이순재 : 어이 지금 더 하죠 요즘은 우리 때는 가난하고 먹을 것도 없었지만 {힘들었던} 지금 얼마나 수익성이 좋아. 하기만 하면 그냥]

[앵커]

오래오래 연기해 주시기를 그리고 행복하게 연기하시기를 응원하면서 지켜보겠습니다.{연기하면 행복해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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