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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재킹' 여진구의 새로운 매력

입력 2024-06-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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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노력과 열정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어느덧 20년 경력의 연기자가 된 여진구(26). 활동 내내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적 변주를 꾀했지만 선한 역할만 도맡아온 그가 롤모델 하정우의 부름을 받고 생애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첫 악역 캐릭터를 소화하다 보니 어려움은 당연지사.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임해도 위협적으로 연기할 때가 잦았으나 하정우, 성동일 등 선배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서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연민 짙은 서사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외적인 부분도 날카롭고 사납게 보이고 싶어 체중 감량까지 감행했다.

그 결과 관객들은 물론 동료 배우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거침없고 극악무도한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진구는 용대에 완벽 빙의해 베테랑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 또한 밀리지 않았다.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하이재킹(김성한 감독)'을 거쳐 한층 넓어졌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하정우가 '하이재킹' 출연 제안을 했다고 들었는데.
"감사하게도 tvN '두발로 티켓팅' 촬영 당시 뉴질랜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야기를 해 줬다. 감독님이 영화 '1987'(2017) 조감독 출신이고, 만나기 힘든 제작진들과 하는데 스케줄이 맞으면 시나리오를 보내줄 테니 읽어보라고 했다. 용대 캐릭터에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는 말도 해 줬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고 한국에 와서 출연을 확정 지었다."

-'하이재킹' 출연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확실히 주변 사람들이 '왜'라고 물었다. 시나리오에는 상황 설명이 위주였고 용대의 감정이 절제 돼 있었다. 다만 한정된 공간 속에서 용대가 보여주는 에너지에 끌렸다. 용대의 서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었는데 연구하다 보니 용대에게 개인적으로 몰입이 됐다. 감정을 조절하면서 최대한 선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용대 캐릭터를 위해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얼굴이 날카롭고 사납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하정우 형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 살을 빼고 촬영에 임했다. 1970년대 용대의 삶이 부유하지 않고 가난하면서 힘든 형편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조금 거칠게 표현하고자 했다. 담당 분장팀도 도움을 많이 줬다. 얼굴 톤도 여러 가지 잡아보고 주근깨, 흉터 등을 추가했다."

-첫 악역에 도전했는데 어땠나.
"악역도 어쨌든 사람이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맡아왔던 역할 가운데 가장 살고 싶었던 인물이다. 시대적으로 방법이 없다 보니 '하이재킹'을 했던 것 같다. 용대의 감정에 대한 선을 잘 지켜야 됐고 표현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용대처럼 사연을 가진 악역 이외에 무자비한 느낌의 악역이 있지 않나. 이런 역할도 해 보고 싶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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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 느껴지는 악역 연기 경우 균형감이 중요할 것 같은데.
"감독님과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용대의 삶에 이유가 있다고 해도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일으킨 사실에 집중했다. 최대한 싸가지 없어 보이고자 노력했다. 감독님도 편집실에서 고민 후 용대의 선을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용대의 과거 장면이 촬영했던 것보다 작품에 덜 담겼다. 빠진 장면이 생각보다 많다."

-압도적인 느낌을 줘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나.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됐다. 촬영 전부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 봤는데 본인 목표에 미쳐있는 에너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용대는 북으로 넘어가야 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그 감정에 집중했다. 압도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부담이 됐다. 그 감정이 두려웠다. 그래서 용대가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서 연기했다."

-캐릭터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캐릭터와 나의 삶을 분리하는 훈련을 어렸을 때부터 했다. 적응을 했고 이런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때부터 최대한 동기화 하기 보다 떨어뜨려 놨다. 멀리서 친구 한 명을 바라보듯 연기해야 비로소 명확해졌다.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고 체력적인 무리가 있었지만 캐릭터와 분리한 덕분에 컨디션을 잘 유지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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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하정우 형에게 한 두 번 수줍게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배우로서 롤모델이지만 형 같은 선배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즐거워야 모든 잘 되고 하고 싶어지는 구나'라는 걸 알려줬다. 이번 현장은 유쾌하고 즐거웠다. 떠나기 싫은 현장이었다. 그런 와중에 심도 있게 촬영을 고찰하고 허투루 넘어가지 않으려는 집요함까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옛날의 낭만 있는 현장이 떠올랐다. 기억 속에 잘 담아두려 노력했다."

-하정우가 조언을 해 준 부분도 있나.
"공간이 좁은 곳에서 액션을 하다 보니 계속해서 감정이 올라와 있었다.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임해도 위협적으로 연기할 때가 있었다. 하정우 형을 실제로 때렸다. 하정우 형이 괜찮다고 하면서 '몰입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감정 연기할 때 만큼은 컨트롤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조언을 건넸다. 한 번쯤은 혼낼 만도 했는데 항상 옆에서 나를 드라이브해 줘서 감사했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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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데뷔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사실 배우의 꿈을 갖게 된 나이가 14세다. 그러다 보니 데뷔 20년 차라고 생각 안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삶이 주어진 게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살아야겠다."

-데뷔 초와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나.
"항상 나쁜 짓 안 하고 내 삶을 지킬 수 있는 태도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하이재킹' 촬영을 하면서 중요한 건 '행복하고 즐거워야 되는구나' 싶었다. 결과는 나에게 주어진 게 아니라 대중들과 관객들이 인정하고 선택하는 거다. 이거에 대해서 신경 쓰다 보니 불행해지더라. 즐길 수 없고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훌륭한 배우가 되려고 하기 보다 현장에서 행복한 배우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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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
"이미 풀려 있는 숙제다. 대한민국 남자는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가는 게 명확하다.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김에 입대 전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부대가 있다. 지원해야 되는 부대다. 추후 자연스럽게 알려질 거라 생각한다."

-'하이재킹'을 관람한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항상 선하고 좋은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악역에 도전했는데 '나름 선방하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작품을 찍고 나서 매번 기대하게 되지만 '하이재킹' 경우 순수하게 많이 고민했던 작품이라 개봉이 더욱 설레는 마음이다. '하이재킹'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면 좋겠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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