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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사망' 훈련병 엄마 편지…"수료생 중 우리 아들만 없어"

입력 2024-06-19 13:39 수정 2024-06-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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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식 당시 숨진 훈련병이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 〈사진=군인권센터〉

입영식 당시 숨진 훈련병이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 〈사진=군인권센터〉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습니다"

지난달 얼차려를 받다 숨진 육군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숨진 훈련병이 소속됐던 육군 12사단 수료식이 열린 오늘(19일) 이 어머니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편지에서 어머니는 "12사단 입대하던 날 '걱정 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충성' 경례 한번 잘한 것 갖고 제법 의젓하게 말하며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며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또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습니다'라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였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자대 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 죄인가"라고 토로했습니다.

어머니는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라며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했던 말이 '아들아, 아빠 엄마가 응급헬기를 띄울 힘 있는 부모가 아니어서 너를 죽인다'였다"며 "지금도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끝으로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며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 당한 우리 햇병아리 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비통해했습니다.

한편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지는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오후 6시부터 직접 시민을 맞이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수료식이 열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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