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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수상해" 택시기사의 예리한 눈…알고보니 전직 경찰

입력 2024-06-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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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3시 30분, 대구에서 경북 예천으로 가는 택시 안입니다.

30대 남성 손님 A씨는 안절부절못하더니 연신 휴대전화를 확인합니다. 그러더니 출발 30분 만에 행선지를 돌연 경북 안동시에 있는 한 교회 앞으로 바꿨습니다.

이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 김상오 씨는 A씨가 택시에서 내린 이후에도 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당시 A씨는 주변을 사진 찍는 듯하더니 대로변에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렸습니다.

이런 그의 행동에 김씨는 직감적으로 A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김씨는 곧장 경찰에 "내가 택시기사인데 대구에서 태워온 손님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같다, 지켜보고 있을 테니 빨리 출동해달라"고 신고했습니다.

그 사이 50대 남성 C씨가 나타나 큰 가죽가방에서 쇼핑백을 꺼내 A씨에게 전달했습니다. 김씨의 직감대로 A씨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었고, C씨가 A씨에게 건넨 쇼핑백 안에는 현금 500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동범죄나 강력범죄 현행범 등을 잡을 때 내리는 지령인 코드제로를 발동해 출동했습니다. 김씨의 신고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검거했습니다.

경북경찰청은 12일 김씨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사진=경북경찰청 제공〉

경북경찰청은 12일 김씨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사진=경북경찰청 제공〉


그런데 김씨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현금을 건넨 C씨가 보이스피싱 릴레이 수거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택시를 몰면서 주변을 살폈습니다.

마침내 C씨를 발견한 김씨는 다시 경찰에 "가방을 건네준 사람도 찾았다, 손님으로 태워보려 했는데 도망가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C씨가 탄 택시의 뒤를 쫓으며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했습니다.

덕분에 경찰은 현장에서 C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C씨는 공범이 아닌 피해자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 출신 택시기사 김상오 씨. 〈사진=경북경찰청 제공〉

경찰 출신 택시기사 김상오 씨. 〈사진=경북경찰청 제공〉


남다른 눈썰미를 지닌 김씨는 사실 90년도에 경찰에 입문해 32년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경찰관이었습니다.

이에 경북경찰청은 오늘(12일) 경찰 선배이기도 한 김씨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아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습니다.

김씨는 "비록 범인을 직접 검거한 건 아니지만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힘을 합해 범죄로부터 누군가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오랜만에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며 "몸은 퇴직했지만 마음은 아직 청년 경찰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북 안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수거책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과 범죄 내역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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