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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주제에 회사 더럽히지 마라" 2차 가해 인정.. 미투 이후 6년만에 마무리된 CBS 부당해고 사건

입력 2024-06-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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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사건과 부당해고의 피해자에 대해 사실과 다른 입장문을 직원들에게 보낸 회사에 '2차 가해'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확정됐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부장판사 임주희)은 지난달 3일 강원 CBS 직원 강민주 PD가 CBS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회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회사는 강 씨에게 46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이 판결은 지난달 28일 CBS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확정됐습니다.

강민주 PD는 2016년 전남 CBS에 정규직 수습 PD로 입사한 직후 윤모 당시 보도국장 등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습니다. 윤 씨는 강 씨에게 "독서실에 가 보면 6시간 동안 안 일어나는 여자애들이 있어. 그 여자애들은 엉덩이가 안 예뻐. 조심해야겠지?"라고 말했고, 이모 당시 본부장은 강씨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의 노출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해고 통보가 돌아왔습니다.

2018년 JTBC 뉴스에서 미투 고발을 한 강민주 PD

2018년 JTBC 뉴스에서 미투 고발을 한 강민주 PD

강 PD는 2018년 JTBC 보도를 통해 사내 성희롱과 부당해고 사건을 세상에 알렸고, 가해자들과 회사를 상대로 민, 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해자들과 회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각각 벌금 700만원에서 1000만원이 확정됐고, 가해자들에 대한 민사소송 역시 2300만원의 배상액이 확정됐습니다. 이번에 CBS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확정되면서 강 PD는 6년 만의 긴 법정 싸움을 마무리했습니다.

재판부는 CBS의 대표가 '원고가 계약직이며 해고가 정당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 "원고의 1차 해고와 2차 해고가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인한 불이익 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회사는 원고가 계약직임을 강조하고, 보복 해고가 아니라는 전체 문자를 발송하여 그 결과 '계약직 주제에 회사를 더럽히지 마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은 성희롱 문제 제기로 인한 전형적인 2차 피해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CBS가 강 PD에게 피해 발생 근무지로 복직을 강요한 행위에 대해서도 "원고의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원고에게 피해 발생 근무지로 복직을 강요한 것은 근로 계약상 사용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정당한 이유 없이 통상임금액을 미지급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원고가 두 차례 부당해고를 당하며 지출한 노무사 선임비용'에 대하여 회사의 위법행위로 인한 선임비용 상당액 상환의무까지 진다고 판결했습니다.

강 PD는 "억울하고 황당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던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조목조목 지적하고 잘못을 꾸짖어 주셨기 때문에 저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피해자에게는 적절한 조치가, 가해자에게는 응분의 처벌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회사는 책임을 진다는 평범한 사회적 정의를 보여준 이번 판결로 많은 남성, 여성 직장인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PD를 대리한 안지희 변호사는 "성희롱 2차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높이고, 노무사 선임비용을 배상하라는 최초의 판결이 선고됐다"면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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