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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계자' 이요섭 감독, 8년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이유

입력 2024-06-0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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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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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만든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요섭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설계자'가 지난달 29일 베일을 벗었다. 첫 장편 데뷔작 '범죄의 여왕'(2016) 개봉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원작 스토리를 가져오되 현실감과 캐릭터 임팩트에 집중해 기존과 다른 느낌의 범죄물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요섭 감독이 고심 끝 완성한 캐스팅 라인업은 작품의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했고 커다란 힘을 보탰다. 강동원을 중심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파 배우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 이무생, 김신록, 이동휘 그리고 특별출연 이종석의 활약은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무엇보다 메인롤로 낙점받은 강동원 경우 대사가 적으나 인물 내면의 감정들을 눈빛과 표정으로만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이요섭 감독은 촬영 초반 "거리감이 생길 수 있는 배우라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천천히 호흡을 맞춰갔고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할 만한 작업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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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신작인데 새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나.
"'설계자'의 원작인 홍콩 영화 '액시던트'(2009)를 원래 좋아했다. 팬심이 강했다. 원작 작가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원작의 장점을 잘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사실 '액시던트'가 주인공의 혼란을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동일하게 나 역시 혼란이 오는 지점이 있더라. 그래서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원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액시던트'와 다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고를 조작하는 일이 어떤 일인가'부터 생각했고 '사람의 마음이 우연을 발생하는 시작이 아닐까' 싶었다. 순간의 이미지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나. 인간이 만들어낸 우연에 포커싱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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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롤로 강동원을 캐스팅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이 작품은 주인공이 윤리적인 갈등을 겪지 않는다. 킬러의 대중적인 플롯은 '내가 왜 성인이 되지 못했을까'인데, '설계자' 경우 주인공이 개인의 고뇌에 빠진다. 킬러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졌으면 했다. 강동원은 가만히 있을 때 보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할 것 같은데 하지 않아도 이유가 있겠지'라고 설명이 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강동원이 작품 분위기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 강동원이 대본을 잘 봐줘서 같이할 수 있게 됐다."

-강동원과 호흡 맞춘 소감이 어떤가.
"어쨌든 굉장히 스타고 저랑 되게 다른 삶을 살았을 수밖에 없다. 거리감이 생길 수 있는 배우라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뭔가 나랑 먼 사람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굉장히 T더라. 수더분한 매력도 있고 잘생겨서 조금 짜증나더라. 사람이 의외로 소탈한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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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저희가 짝눈 캐릭터에 대한 고심이 많았다. 어떤 이미지로 가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짝눈 캐릭터는 영일과 반대된다. 저는 영일이가 원래 짝눈이 있었을 때 아빠와 엄마 케미스트리를 원했다. 그래서 제일 극단의 하얀 느낌의 배우를 만나길 바랐다. 누가 좋을까 고민하다 제일 하얀 배우인 이종석이 떠오르더라. '설마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이 좋게도 해 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감동적이었던 게 집중도가 좋았다."

-강동원과 이종석 투샷을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은 어땠나.
"주영선(정은채)에 의뢰를 받을 때 과거 플래시백 장면이 나오지 않나. 짝눈 옆에 있을 때 영일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더라. 영일이 감정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유일한 장면이다. 표정의 디테일이 달랐는데, 그걸 이종석이 유도를 잘 해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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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이 연기한 월천 캐릭터의 여장 남자 설정이 화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나. 제가 태국의 한 화장품 가게를 방문했는데 메이크업을 짙게 한 남성이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화장품 가게에서는 왜 저런 분을 못 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유로운 삼광보안 팀의 월천 캐릭터와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배우를) 구할지 고민이 깊었다. 근데 많은 배우들이 월천 캐릭터에 욕심을 가지더라. 이현욱이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보여줬던 중성적인 이미지가 월천과 닮아 있더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사이버렉카 하우저 캐릭터를 새롭게 추가한 이유가 있나.
"하우저는 영일의 근처에 있는 사건을 다루지 않나. 어찌 보면 하우저는 미디어를 불신하는 캐릭터다. 어떤 우연들이 쌓이게 되면 전쟁 혹은 산사태 등을 일으킨다. 영일이 놓여있는 상황이 그런 우연들이 쌓이는 확률을 높이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하우저가 보도하는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더라.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가 우연이라면 인간이 맞추는 우연을 하우저한테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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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전사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데 이유가 있나.
"원작을 보고 온 관객들이 별로 없겠지만 캐릭터에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다만 삼광보안 멤버들의 과거 이야기는 영일의 플롯 안에서 조금이라도 넣고 싶었다. 원작 경우 모든 인물들의 과거 플롯이 제거돼 있었다. 서로 믿을 수 없는 공간에서 긴장감을 해소하려고 하는 말들이 과연 진실일지 생각했다. 그 정보들의 진짜, 가짜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겠지만 나는 그 판단의 폭까지 캐릭터성을 늘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원작에서 '주인공이 왜 이렇게 됐을까'를 생각하다 이야기의 결을 달리하게 됐다. 나는 '시작'에 집중했다. 영일이 왜 이렇게 됐을까 싶더라. 의심이 반복되는 상태의 시작과 근원을 적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데이터를 찾다 보니 사고사로 사람을 죽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더라. 사고사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보다 이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면서 박살 내는 게 요즘 사회의 암살이 아닐까 싶었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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