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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 인터뷰] 홍진경 "데뷔 30주년 백상이라니 여한 없다"

입력 2024-06-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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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

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

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46)이 백상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었다. 2년 전 후보로 첫 백상예술대상을 찾았던 것에 이어 이번엔 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예능상 수상자로 백상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1993년 제2회 슈퍼엘리트 모델대회로 데뷔, 방송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진심으로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가 웃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을 통해 열정 가득한 공부왕의 면모를 자랑 중이다. 또 김치 사업으로 성공, CEO의 삶으로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진경은 "데뷔 30주년에 딱 받은 상이지 않나. 30년 전의 내게 말해주고 싶다. '너 잘 가고 있다. 예능 하길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라며 추억에 젖었다.

-수상을 다시금 축하한다. 시상식 영상을 다시 본 적이 있나.

"차마 보지 못했다. 못 본 이유가 있다. 사실 상을 못 타는 줄 알았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여자 예능상 후보들 중 누가 상 탈 것 같은지 설문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내가 제일 낮았다. '나는 아니겠구나!' 확신했다. 그래서 아예 수상 소감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러다 내 이름이 호명됐다. 진짜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유느님 재석이 오빠한테 감사하고 만재님들께 이 영광 돌린다고 했다. 천재가 있다면 그 위에 만재가 있다고 해서 구독자를 높인다는 뜻으로 만재라고 했는데 수상소감을 잘 들어보면 홍진경이 천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전혀 그런 뜻이 아닌데 4박 5일 동안 내 말실수에 통탄하며 잠을 자지 못했다. 난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망하고 속상해서 내 영상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긴장한 티가 전혀 없었다.

"약간 그런 순간에 담담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를 누르며 침착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스스로 상복이 없었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생각이 바뀌었나.

"에이 백상을 받았는데. (웃음) 30년 전에 모델대회에서 베스트 포즈상 받고, 김치 사업이랑 유튜브로 브랜드대상 받고, 작년에 '홍김동전' 때문에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이제 백상까지. 결코 상복이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축하를 받았을 텐데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축하 메시지나 반응이 있다면.

"(장)영란이는 새벽부터 '언니 오늘 상 탈 거야. 예감이 좋다' 등의 DM을 계속 보냈다. 그날 시상식 가기 전에 촬영도 있었고 해서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메시지를 보내니 '너 진짜 왜 그래?' 짜증 내기도 했다. (조)세호는 100번 축하를 해주더라. 진심으로 좋다고 SNS 메시지를 보내고 댓글 또 달고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

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


-가족들의 반응은.

"내가 백상에 간다는 것조차 말을 안 했기 때문에 다들 나중에 봤다. 실시간으로 TV 앞에 있다가 본 사람이 없다. 나 역시 수상 소감에서 가족들에게 고맙다고도 못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딸이 이후 수상 소식을 접하고 축하한다고 하더라."

-시상식 끝난 후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끝나고 집에 가서 잤고 다음날 어버이날이라서 점심때 엄마, 시어머니랑 같이 밥을 먹었다."

-백상 수상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방송사에서 상 타는 것도 좋은데 대한민국에서 권위가 있는 시상식이지 않나. 여기서 여자 예능인상을 받았다는 건 예능인으로서 '톱'이란 인증을 받은 것이니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기쁘다. 예능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웃기고 망가지는 게 일을 할 때 '아트웍'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 아트를 하고 있다,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한다. 정말 기쁜 상이고 이제 여한이 없다. 또 받고 싶고 그런 생각도 없다."

-모델로 데뷔해 예능인의 길을 걷고 있다.

"어린 나이였지만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과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모델도 물론 영광스러운 직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게 맞지 않았다. 누군가가 크리에이트 하게 만든 창작물을 걸치고 캣워크하는 것만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고 싶었고 코미디를 사랑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이다. 30년 동안 예능을 한 건 모델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이라 진짜 즐기면서 했다. 그러니까 진짜 좋은 결과가 온 것 같다."

-타고난 예능인의 끼가 다분한 것 같다.

"내가 코미디를 잘할 수 있을까보다 좋아하니까 그 직업군에 들어가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매력적인 사람은 웃긴 사람이고, 코미디언들이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코미디언이 됐다는 게 자랑스럽고 하면 할수록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됐다. 동료들이 정말 똑똑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어 작업이 재밌고 즐겁다. 일하면서 웃어야 하는 직업이고 웃다 보면 진짜 웃겨서 웃게 된다. 또 우릴 보면서 사람들이 같이 웃지 않나. 이 직업 이상으로 도전하고 싶은 직업을 찾지 못했다."

-이 길을 걸으며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나.

"슬럼프는 없었다. 내 발로 연예계를 떠나 파리나 뉴욕을 몇 년 간 왔다 갔다 하면서 모델 일을 하려고 했던 적은 있다. 그때 이 일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때 약간 해외에 나가는 붐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나가볼까?' 그랬다. 톱모델로 성공해야겠다 보다는 내가 해외에서 모델 활동하는 게 예능에서 시너지가 나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을 꼽는다면.

"해외 나갔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KBS 라디오 DJ를 했다. 이 방송을 박지은 작가님이 들었고 그 덕분에 '별에서 온 그대'란 드라마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세호, (남)창희, (김)인석이, 빡구 오빠 등을 만났고 그게 MBC '무한도전'으로 이어져 예능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금 일할 수 있는 키가 된 게 바로 라디오다."

-빼놓을 수 없는 예능계 스승을 꼽는다면.

"저를 예능인으로 데뷔하게 해 준 MBC '지금은 특집방송중'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때 모델 언니들이랑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날 추천해 준 사람이 이경규 선배님이란 걸 최근 알게 됐다. 그때 경규 선배님이 추천을 해 줬고 그 방송을 하다가 SBS '기쁜 우리 토요일-영자의 전성시대', KBS 2TV '슈퍼선데이'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경규 선배님의 추천이 너무 중요했다. 진짜 감사하다."

-웹예능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은 어떤 의미의 프로그램인가.

"연예인이 언제든 자기가 원할 때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내 연예계 생활의 중요한 매개체이자 섹시한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콘셉트를 '공부'라는 콘셉트로 잡았기 때문에 아이템 고갈이 없다. 올 가을까지 모든 계획이 다 세워져 있다. 그리고 공부는 끝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다 공부로 연결 지을 수 있어 정말 잘 짠 콘셉트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이)석로 PD에게 '나 관에 들어갈 때까지 생중계해달라'라고 하고 있다.(웃음)"

-본래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공부에 대한 갈증보다는 아이를 낳고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데 내가 더 모르면 안 되지 않나. '아이 때문에 배워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수학을 못했다. '수포자'였는데 일주일에 네 번은 수학이 있지 않나. 정말 괴로워서 학교 가기 싫었다. 수학 시간만 되면 못나지더라.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기본을 놓치니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내 딸이 그럴까 봐 걱정이 되어서 재밌게 공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예능과 공부가 섞인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제 2차 함수까지 진도가 나갔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승제 선생님께 수능 볼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미적분까지는 아니지만 통계와 확률을 파면 그 부분에 100점 맞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다."
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

모델 겸 예능인 홍진경


-이 채널을 운영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지점은.

"수학 관련 강의 콘텐츠가 처음엔 조회수가 잘 나왔는데 그다음부터는 조회수가 진짜 안 나온다. 근데 이게 우리 채널의 코어라고 생각한다. 조회수랑 상관없이 우리나라 그 나잇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애들 공부 가르치려고 학부모들도 보고 학생들도 보고 그런다고 하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공부방 찐천재'엔 역사 만화도 연재되고 있는데 많은 초등학교에서 이걸 틀어놓는다고 하더라. 댓글 보면 다 초등학생들이다."

-최근 공개한 오이 점심 도시락이 화제였다. 키 180cm 체중 51kg을 유지 중인 비결이 있나.

"백상 전날 저녁은 보리차로 버티고 당일엔 열무 비빔밥을 먹지 않았나.(웃음) 뭔가 열심히보다 관리하는 게 이젠 익숙해졌다. 평소엔 아침, 점심은 많이 먹고 저녁만 관리를 하는 편인데 관리를 할 때는 점심까지 오이나 콜라비, 당근, 셀러리를 썰어서 도시락통에 챙겨 니며 먹는다. 야채를 씹으면 포만감도 있고 다이어트에 좋다."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첫 방송 앞두고 있고 현재 '홍판사판' '세모집' '과몰입인생사' '한끗차이' 등 방송에도 출연한다. 바쁜 일상에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원동력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지쳐서도 하고 넘어져도 하고 잠이 부족해도 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요즘 관심사는.

"일단 사업적으로 올해부터 수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지금 해외 시장에서 한식의 붐이 시작됐다. 미국은 이미 시작됐고 유럽도 장난 아니다. 옛날만 해도 파리에 한식당이 3~4개 정도 있었는데 요샌 100~200개 있다고 하더라.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다. 아무래도 수출 때문에 해외 체류가 많아질 것 같다. 이제 나와 사업, 일을 구분 짓지 못하겠다. 일과 하나가 됐다."

-인생의 모토는.

"기안84와 같다.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인데 이왕 사는 거 재밌게 살자는 생각이다."

-하반기 계획 및 앞으로의 목표는.

"이 직업은 누군가 써줘야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캐스팅을 당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가 골라가며 일하는 몇 명을 제외하곤 항상 '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계획을 세운들 누군가 써줘야 가능하니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은 내 계획대로 할 수 있지 않나. 해외에 나가서 사업하는 과정들을 공부할 수 있게끔, 그걸 꿈꾸는 분들에게 알 수 있게끔 유튜브를 통해 내가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공부랑 엮어 담을 계획이다. 하반기엔 해외 체류가 많아서 거의 한국에 있을 때 방송일을 몰아서 하고 이외 시간은 유럽, 미국 사업 때문에 촬영과 섞어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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